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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섬산행]국내 4대 관음성지, 향일암을 품은..여수 금오산

양진형 기자 | 기사입력 2022/09/22 [14:29]

[가을섬산행]국내 4대 관음성지, 향일암을 품은..여수 금오산

양진형 기자 | 입력 : 2022/09/22 [14:29]

여수 향일암


우리나라에 4대 관음성지가 있다. 관세음보살에게 마음속으로 간절하게 염원하면 소원을 들어준다고 해서 4대 기도처라고도 불린다. 양양 낙산사 홍련암, 남해 보리암, 강화도 보문사, 그리고 여수 향일암이 그곳이다. 흥미롭게도 세 곳은 섬 지역(지금은 다리로 연결되어 연육됨)에 위치해 있으며, 그 배후에 섬 산 치고는 꽤 큰 산줄기들이 자리하고 있다.

 

여수 금오산 정상


보문사는 해명산과 낙가산이, 보리암은 금산이, 향일암은 금오산(323m)과 봉황산(460m)이 기(氣)의 근원을 이루고 있다. 이들 산줄기를 통해 관음성지에 접근하다 보면, 서해(보문사)와 남해(보리암·향일암)가 선사하는 시원한 바다 풍광과 다도해를 조망할 수 있어 색다른 매력에 빠진다.

 

특히 여수 돌산의 봉황산~율림치~금오산을 거쳐 내려가면 우리나라에서 일출이 가장 아름답다는 향일암과 마주한다. 향일암이란 이름부터가 해를 향해 있다는 뜻인데 금오산은 이 암자를 안고 있으니 그리 높지 않아도 명산임에 틀림없다.

 

■향일암, 무슬목, 방죽포, 방답진성이 있는 여수 돌산

 

여수 소호동에서 바라본 여수바다와 돌산반도


돌산은 한려수도의 시작점인 여수반도의 아름다움을 한눈에 볼 수 있는 곳이다. 우리나라에서 아홉 번째로 큰 섬인 돌산에는 돌산공원, 무슬목, 방죽포 해수욕장, 향일암, 방답진성(防踏鎭城) 등 유서 깊은 자연 문화유산이 많이 존재한다.

 

돌산읍 군내리에 있는 옛 돌산군 관아


1899년 돌산군수 서병수가 편찬한 돌산 최초의 역사서인 ‘여산지(廬山志)’에 “돌산도에는 섬 가운데 이름 난 팔대 명산이 있어 그 이름을 식산이라 하였고, 방언에는 섬 가운데 돌이 많은 산이 많아서 돌산이라 칭한다”고 유래를 기록하고 있다.

 

돌산을 남북으로 길게 가르는 돌산지맥은 돌산공원~소미산~대미산~본산~수죽산~봉화산~갈미봉~봉황산~율림치~금오산~향일암~임포마을에 이른다. 총길이 24km로 이중에서 봉황산이 가장 높은 봉우리다. 예로부터 봉황산에는 신비스러운 새, 봉황이 산다는 전설이 내려오고 있다.

 

임진왜란 때 거북선을 만들었다는 방답진 선소 터. 복원이 시급해 보인다


돌산지맥을 종주하는데 발이 빠른 사람은 11시간에 주파하기도 한다. 하지만 일부 구간은 난개발로 단절이 되어 포장도로를 걸어야 하는 데다 섬 산행 특성상 해발 제로에서 오르내리막이 많아 쉽지 않다. 따라서 중간 지점인 봉황산부터 시작해 율림치~금오산~향일암에 이르는 코스를 택하면 여수의 섬들을 조망하며 무리 없이 걷는 산행을 할 수 있다.

 

■돌산지맥의 하이라이트 봉황산~금오산~향일암 트레킹

 

죽포교회 앞 삼거리. 봉황산 트레킹은 좌측 도로를 따라 시작된다


봉황산 산행은 죽포교회 앞 삼거리에서 시작한다. 버스나 승용차로 죽포삼거리에 도착, 죽포교회 앞에서 왼쪽으로 들어가면 된다. 들판 건너에 오뚝하게 솟은 봉황산이 보인다. 굴다리를 통과해 우측으로 200m 쯤 걷다가 좌회전하여 농로를 따라 끝까지(15분가량) 걸으면 봉황산 들머리가 나온다.

 

봉황산 오르는 등산로


가파른 등산로를 따라 거친 숨을 내쉬며 오르니 임도가 나타난다. 임도를 가로질러 오름길이 계속되더니 돌산종주 능선길과 조우한다. 봉황산 정상은 이곳에서 나무계단과 바위지대를 지나 한참 올라야 한다. 정상에는 1999년 여수오동산악회에서 세운 표시목이 서 있다. 하지만 주위를 나무가 둘러싸고 있어 조망이 없는 데다 쉴만한 공간이 없다.

 

봉황산 정상. 하지만 조망이 없다


정상에서 편평한 숲길을 따라 300m쯤 직진하면 조망이 시원하게 터지는 봉황산 전망대가 나온다. 전망대 북쪽으로는 돌산지맥이, 동남쪽으로는 오늘 걸어야 할 금오산 산줄기가, 그리고 남서쪽으로는 금오도가 병풍처럼 버티고 있고 연이어 연도(소리도)와 안도가 그림처럼 솟아있다.

 

봉황산 전망대에서 바라본 여수의 섬들. 우측 멀리 금오도, 연도, 안도가 보인다


이어 여러 산악회의 리본이 매달린 산불감시 CCTV를 지나 10여 분 내려가니 돌산 종주길(금오산)과 갈미봉으로 갈리는 삼거리에 도착한다. 가파르지만 넓은 등산로를 따라 한동안 내려서자 금오산으로 이어지는 임도가 나온다.

 


한동안 이어지는 임도에서는 제법 서늘한 초가을 기운이 느껴진다. 등산로는 율림치(2km) 이정표에서 임도를 벗어나 소롯길 등산로로 들어선다. 완만하게 오르는 숲길은 서어나무가 군락을 이루고 있다.

 

능선 좌측에 보이는 대율마을. 좌측 끝에 희미하게 남해군이 조망된다 


다시 돌산 종주 이정표를 따라 내리막 능선을 따라가니, 왼쪽 기슭에 작은 만을 이루고 있는 마을이 보인다. 대율마을인데 그 앞 밤섬과 어우러져 참으로 평화롭게 느껴진다. 이어 산불감시 초소가 나타난다. 초소는 우거진 수풀 사이 옆에 굳게 잠겨있다.

 

풍력발전기 사이를 지방도가 지나고 있다


율림치로 내려서는 길 건너편에는 풍력발전기 2대가 보인다. 풍력발전소 사이 산허리를 가로질러 아스팔트 도로가 엿가락처럼 길게 나 있다. 돌산읍 율림리와 성두리를 잇는 지방도다. 풍력발전기 뒤로 오뚝이  솟은 산이 금오산이다.

 

율림치 휴게소


이제 율림치(栗林峙)로 내려선다. 율림치는 밤나무가 많이 자생한 고개라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그렇고 보니 대율마을, 소율마을도 밤과 관련되어 있다. 율림치 주차장에는 서너 대의 차량이 서 있고 간이식당에는 사람들 웅성거리는 소리가 난다. 간식을 미처 준비하지 못했다면 이곳에서 허기를 채울 수 있겠다.

 

■향일암 뒤 전망대에서 본 남해바다는 ‘한 폭의 그림’


율림치에서 금오산으로 오르는 등산로는 다도해해상국립공원에서 관리를 하는 모양인지 지금껏 지나온 길과는 사뭇 다르다. 깔끔하게 정비가 잘 되어 가족끼리도 오순도순 오를 수 있을 것 같다. 율림치에서 금오산 정상까지는 1.2km, 향일암까지는 2.9km이다. 등산로는 큰 날개를 가진 풍력발전소 옆을 지나는데 보수 중인지 작동이 멈춰있다.

 

금오산 정상

 

30여 분 오르막을 오르고 나니 금오산 정상이다. 하지만 이곳에도 조망은 없다. 이곳에서 내리막과 오르막을 거듭하니 310m 봉우리가 나온다. 이곳에서부터 좌우로 그림 같은 뷰들이 펼쳐진다. 파스텔 하늘엔 머플러 같은 흰 구름이 걸쳐있고 좌로는 남해군이 우로는 안도, 소리도(연도), 금오도가 쪽빛 바다 너머에 떠 있다.

 

전망대 바위에서 바라본 시원한 남해바다


이어 능선길을 10여 분쯤 내려가니 향일암과 금오봉, 임포마을로 나뉘는 능선삼거리다. 임포마을까지는 내리막으로 0.5km, 향일암은 0.8km, 지나온 금오봉까지는 0.9km 지점이다. 능선삼거리에서 500m쯤 향일암 방향으로 걸어가자 발끝 아래로 남해 바다가 일망무제로 시원하게 펼쳐진다. 바로, 전망대 바위(230m)다. 태평양을 밤새 달려온 아침 해는 금빛 주단을 깔고 저 바다 위로 찬란하게 솟아오른다.

 


드넓은 바다 위로 크고 작은 배들이 포말을 그리며 지나간다. 그 사이로 아련한 풍경 하나가 들어온다. 작은 예인선 하나가 적당한 간격을 두고 자기보다 덩치가 10배는 커 보이는 바지선을 이끌며 바다를 헤쳐 나가느라 안간힘을 쓰고 있다. 한 가정을 이끌고 가는 영락없는 가장의 모습이다. 우리네 인생 같아 눈가가 촉촉해지려 한다.

 

이곳 전망대에서 철제 계단을 따라 내려가면 좌측으로 아름다운 임포마을이 보인다. 임포마을 오른쪽 돌출된 작은 곶이 거북의 머리 모양을 하고 있다.

 

■향일암 관음전에서 바라보는 한려수도..모든 시름 다 잊어

 

전망대에서 바라본 임포마을(좌측)과 거북 머리(가운데)


향일암은 서기 644년 신라 선덕여왕 13년 원효대사가 원통암(圓通庵)이란 이름으로 창건했다고 전해진다. 고려 광종 9년(958년) 윤필대사가 금오암(金鼇庵)으로 개칭하여 불리어 오다가, 남해의 수평선에서 솟아오르는 해돋이 광경이 아름다워 조선 숙종 41년(1715년) 인묵대사가 향일암이라 명명하여 오늘에 이르고 있다고 한다.

 

향일암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는 관광객들


향일암에는 금거북이의 전설이 전해오는데 풍수지리상 바닷속으로 막 잠수해 들어가는 금거북이의 형상이라 한다. 향일암은 '영구입수형(靈龜入水形)'의 형국인데 경전을 등에 모신 금거북(金鰲)이 바다의 용궁으로 들어가는 모습이라는 것이다.

 

대웅전 앞에서 왼쪽 아래로 내려다 보이는 야트막하게 솟아오른 봉우리가 머리, 향일암이 자리한 곳이 거북의 몸체에 해당하며 산 이름은 쇠 금(金)자, 큰 바다거북 오(鰲)자를 쓴 금오산이다. 한때 거북 구 자를 써서 영구암(靈龜庵)이라 부르기도 했다.

 

 

개인적으로 보자면 현재의 향일암은 화재로 소실되기 전에 비해 고즈넉한 맛이 덜한 것 같다. 향일암은 2009년 12월 원인을 알 수 없는 화재로 대웅전과 종각, 종무소 등 3채의 건물이 소실됐다. 그 후 3년여에 걸친 복원공사를 끝내고 2012년 5월 낙성식을 가졌다. 복원공사를 하면서 향일암 오르는 길 등도 정비했는데 너무 현대화됐다는 느낌이다.

 

향일암 등용문

 

그럼에도 여전히 향일암은 수려한 경관과 일출, 관음성지로 사시사철 관광객들이 많이 찾는 곳이다. 향일암에서의 백미는 원효대사가 수도했다는 관음전 앞에서 한려수도를 바라보는 풍경이다. 그러나 수고를 더해 향일암 뒤로 전망대에 오르면 향일암 일대의 절경을 제대로 즐길 수 있다.

 

거기서 한 걸음 더 나가 향일암을 품은 돌산지맥을 걸으며 남해 바다의 풍광과 점점이 흩어진 섬들을 보고 싶다면 금오산~율림치까지, 더 여유가 있다면 봉화산까지의 트레킹을 권하고 싶다.

 

금오산 가는 길에 바라본 봉화산

 

■트레킹 코스 및 소요 시간(10.5km, 5시간 30분)

 

버스나 혹은 승용차로 죽포삼거리에 도착하여 죽포교회 입구에서 느티나무 보호수 좌측으로 난 도로를 따라 산행을 시작한다. 승용차를 죽포마을에 두고 갔다면 향일암 아래 버스정류장에서 111번이나 116번 시내버스를 타고 죽포삼거리에서 내린 후 차를 회수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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