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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섬 관광 활성화? 타고 갈 배가 없는데...

양진형 기자 | 기사입력 2023/04/28 [08:11]

[칼럼] 섬 관광 활성화? 타고 갈 배가 없는데...

양진형 기자 | 입력 : 2023/04/28 [08:11]

문화체육관광부는 지난 16일 세계인이 가고 싶은 관광명소, ‘K-관광섬’을 육성한다며 공모를 통해 5개 섬을 선정해 발표했다. 백령도(옹진군), 거문도(여수시), 울릉도(울릉군), 흑산도(신안군), 말도·명도·방축도(군산시) 등으로 4년 동안 섬별로 100억원 내외를 투입한다. 휴양과 체험을 중시하는 여행 추세에 맞춰 관광과 K-컬처를 융합해 매력적인 섬으로 특화하는 사업이다.

 

그러나 이러한 관광 사업들이 제대로 성과를 내기 위해서는 섬에 대한 이동권 개선이 먼저다. 여객선이 원활하지 않다면 섬 관광 활성화는 공염불에 불과하다.

 

이런 우려는 지금도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인천항과 서해3도(백령·대청·소청)를 오가던 대형 차도선 하모니플라워호(2071톤)가 운항을 중단하면서 후폭풍이 일고 있다. 이 배를 운영하던 선사는 2월 말 경영 악화를 이유로 당국에 폐업 신고를 낸 상태다. 현재 이 항로에 1600톤급 초쾌속선 1대와 534톤급 2대가 운항 중이지만 차량을 실을 수 없고 시간이 많이 소요된다.

 

이에 따라 4~5월 백령도 여행의 성수기를 앞두고 여행객들의 '배표 대란'이 지난달 말부터 현실화됐다. 실제, 여객선 예약예매 사이트에서 초쾌속선의 4~5월 주말 예약상황은 매진을 보여왔다.

 

어렵사리 배표를 구했더라도 요금이 천정부지로 비싸다. 이달 말 서해3도 여행을 준비 중인 한 여행객은 일반석이 없어 프리미엄 석으로 예약했는데 성인 4명의 왕복 뱃값만 75만원에 이른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여기에 2박 3일의 숙박비와 차량 렌트비를 더하면 차라리 해외여행이 낫다는 것이다.

 

대형 차도선의 운항 중단으로 서해3도 주민들도 큰 피해를 보고 있다. 당장 여행객의 발이 묶여 요식업에 종사자들의 피해가 크고, 차량 운반 시에도 큰 부담을 겪고 있다. 현재 섬 주민은 해운법 등에 따라 여객선으로 차량을 운송할 경우 운임의 20%에서 50%까지 지원받는다. 그러나 화물선으로 차량을 운송하게 되면서 기존 12만6000원이던 비용이 20만5000원으로 급증했다. 

 

옹진군은 5월 선령이 종료되는 하모니플라워호를 대체할 2천 톤급 이상 대형 차도선의 공모를 통해 10년간 180억원을 지원하겠다고 했으나, 성과가 없는 상황이다. 인천지방해양수산청도 이 항로를 대체할 선사를 5차례 공모했지만, 민간 사업자가 나타나지 않고 있다. 선사가 운항 수익을 내기 어렵다고 보기 때문이다.

 

최근 한국섬진흥원의 자료에 의하면 우리나라 교통수단별 운임 단가는 연안여객선이 km당 306원으로 가장 비쌌다. 반면 비행기는 209원, KTX 164원, 버스나 전철은 125원이다. 섬 관광객은 비행기보다 비싼 운임을 지급하며 섬에 가는데 선사는 이 요금을 받고도 운항할 수 없는 여건이라면 정부의 해운정책에 뭔가 허점이 있는 것이다.

 

특히, 선사는 법적 선령(25년)을 넘겨 운항하지 못하면 새 여객선을 투입해야 하나 대형 여객선의 경우, 재정난으로 건조할 여력이 없다. 그렇다고 여기에 국비를 지원할 법적 근거도 없다. 또 민간 선사가 항로를 운항해야 정부가 보조금이라도 지급할 텐데 선사가 아예 없으니 항로 공백이 생길 수밖에 없다.

 

여수 거문도도 항로운항에 파행을 겪고 있다. 하루 2회 오가던 여수~거문도 여객선사가, 승객 감소로 면허를 반납하면서 하루 1회로 단축 운영돼 주민들과 관광객의 불편이 크다.

 

타 교통수단과는 달리 현재 연안여객선은 섬 주민에게만 운임(차량운임 지원 포함) 지원이 이뤄지고 있다. 진정한 섬 여행 활성화를 위해서는 ‘K-관광섬’ 육성도 좋지만 여객선 여행객에게도 운임을 지원해주는 정부 차원의 종합대책이 나와야 한다. 그래야 섬에 가는 사람들이 많이 늘어나고, 여객선사도 수익이 호전되는 선순환이 지속될 것이다.

 

또한 서해5도 등 특수 항로만이라도 정부나 지자체가 직접 항로를 소유하고 운영하는 '연안여객선 완전공영제' 도입을 검토해야 한다.

 

 * 상기 내용은 4. 28일자 '브릿지경제' 신문[브릿지 칼럼]에 게재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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