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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의 귀' 닮은 두 봉우리, 아찔한 배성금 벼랑...여수 개도

양진형 기자 | 기사입력 2023/05/24 [17:06]

'개의 귀' 닮은 두 봉우리, 아찔한 배성금 벼랑...여수 개도

양진형 기자 | 입력 : 2023/05/24 [17:06]

# 금오도와 함께 2026여수세계섬박람회 부행사장으로 활용되는 섬

 

봉화산 정상에서 내려서는 길에 바라본 금오도


우리나라에는 2021년 기준으로 3382개의 섬이 있다. 이 중 2000여 개의 섬이 전라남도에 위치한다. 여수는 전남에서 신안군 다음으로 많은 365개(유인도 45개) 섬을 보유하고 있다.

 

개도는 면적 8.76㎢, 해안선 길이 25.5㎞로 행정구역상 백야도, 낭도하화도, 사도 등과 함께 여수시 화정면에 속한다. 비렁길과 방풍나물로 유명한 금오도와 함께 개도는 2026년 여수에서 개최되는 세계섬박람회의 부행사장으로 활용된다.

 

개도 화산선착장


게다가 개도는 여수 돌산~고흥 영남을 연결하는 국도 77호선 일레븐브리지(11개 대교)의 마지막 구간 중 하나이다. 일레븐브리지 중 7개는 이미 완성돼 있으며, 백야도-제도-개도-월호도-화태도를 잇는 마지막 4개의 교량(총길이 2.26km)은 2027년 6월 완공예정이다.

 

일레븐브리지 중의 하나인 낭도대교

 

개도는 멀리서 보면 봉화산(烽火山, 338m)과 천제봉(天祭峰, 328m)이 마치 ‘개의 두 귀’처럼 쫑긋하게 솟아 있어 난중일기에는 ‘개이섬’으로 불려졌다. 일제강점기인 1914년 지명을 한자화면서 ‘주변 섬을 아우른다’는 의미로, 덮을 개(蓋) 자를 써서 ‘개도’가 되었다고 한다.

 

# 사람 냄새나는 ‘개도 트레킹’..섬사람들의 애환 담겨

 


개도 트레킹 길은 크게 두 코스로 분류된다. 먼저, 옛 개도 사람들이 해안 길을 따라 땔감을 구하거나 소를 몰고 다니던 길을 활용해 만든 ‘사람길 1·2·3 코스’이다. 또 하나는 섬의 남북을 C자형으로 가르는 생금산~천제봉~봉화산 ‘등산로’이다.

 


이번 트레킹은 화산선착장~생금산~천제봉~봉화산까지 등산로를 이용한 후, 봉화산에서 ‘사람길 3코스’와 합류하기로 한다. 개도 사람길 1코스는 화산선착장 신항에서 우측 해안으로 난 데크 길을 따라 바로 시작된다. 그러나 등산로는 선착장에서 화산마을로 200여m 진행하다 우측 개도민박 방향으로 난 시멘트 임도를 따라 오른다.

 

신록이 그윽한 등산로엔 하얀 찔레꽃과 때죽나무 향기가 그윽하다. 듬성듬성 백선꽃도 환한 웃음으로 길손을 환영한다. 백선꽃 꽃잎은 보랏빛 무늬로 곱게 단장한 여인의 옷섶처럼 그리움이 감돈다. 

 

종 모양으로 활짝 핀 때죽나무 꽃 향기 그윽한 등산로


옛 예비군 훈련장을 지나 완만하게 이어지는 능선길을 내려서면 너운당 삼거리다. 포장된 2차선 도로가 지나는데 왼쪽은 화산마을, 오른쪽은 여석선착장이다.

 

# 봉화산과 천제봉, 정상 뒤바뀐 관광 안내도 ‘수정 시급’

 

너운당 삼거리에서 생금산 오르는 길은 조금 가파르다. 세월의 무게를 견디지 못해 이미 삭아버린 나무계단을 딛고 30여 분 오르고 나니, 쉼터 정자가 나온다. 누군가 정자 기둥에 사인펜으로 생금산(191m)이라 써 놓았다. 이곳에서 서북쪽으로 하화도, 상화도 낭도, 백야도 등이 조망되는데 바다 안개로 하화도만 수반 속 수석처럼 솟아 있다.

 

조선시대 국영 말 목장이 있었던 개도. 안부마다 너른 초지 지대가 나타난다 


생금산에서 봉화산까지는 오르막내리막을 반복하며 안부마다 꽤 너른 초지가 나타난다. 개도는 조선시대 국영 말 목장이 있던 곳인데 그 흔적들이 곳곳에 남아 있는 듯하다.

 

호령마을과 화산마을로 갈리는 삼거리에서 가파르게 한바탕 오르고 나니 바위전망대가 나타난다. 발치 아래로 화산마을이 자리하고 백야도와 제도, 개도와 금오도가 어깨를 맞대고 외해로부터 불어오는 바람을 막아주어 여수바다는 호수처럼 잔잔하다.

 

천제봉 오르는 길에 바라본 화산마을과 여수의 섬들


이어 ‘봉화산’이라 쓰인 봉우리에 도착한다. 그런데 여수시 화정면에서 제작한 지도에 의하면 이곳은 천제봉이다. 사실, 등산객들 사이에서는 천제봉과 봉화산의 정상석이 뒤바뀌어 있음을 2~3년 전부터 지적하고 있는데 안내 지도가 잘 못이라면 수정이 시급하다.

 

봉화산. 하지만 백야도 선착장에 비치된 관광안내도에는 천제봉으로 표기되어 있다

 

# 오금저리게 하는 배성금 벼랑과 백패킹의 메카 청석포 해변

 

천제봉에서 V자형으로 내려섰다가 다시 솟구치면 봉화산이다. 봉화산 정상에는 사각 돌무더기 봉수대의 흔적이 남아 있다. 봉화산에서 북동쪽으로 난 등산로를 따르지 않고, 남쪽 방향으로 이어지는 개도사람길 3코스를 따른다,

 

돌로 제단이 쌓인 천제봉

 

이곳에서 600여m 남동쪽으로 내려가면 개도의 사람길의 절경인 배성금 벼랑과 만난다. 배성금은 금오도비렁길 3코스를 연상케 한다. 깎아지른 벼랑 자체로만 보면 옹진 대청도 서풍받이를 닮기도 했다.

 

배성금 벼랑길. 우측 끝 섬은 금오도


천길 낭떠러지 배성금 건너편으로는 금오도가 환상적으로 다가온다. 심한 일교차가 만들어낸 해무로 금오도는 한 폭의 수묵화처럼 몽환적이다. 좌측 아래쪽으로는 개도 상수원지와 그 너머로 청석포해변이 보인다.

 


절벽 위에 설치된 로프와 침목 계단을 따라 가파르게 내려와 개도 상수원지 입구에 도착한다. 이곳에서 시멘트 임도를 따라 10여 분 걷고 나면 우측으로 내려가는 데크 길이다. 푸른빛이 도는 너럭바위 지대로, 백패킹의 메카로 부상한 청석포다.

 

이 너럭바위 지대는 예전 개도 학생들이 자주 소풍 왔던 곳으로, 족히 300~400명이 올라앉을 정도로 넓다. 한때 채석장으로 활용되며 옛 모습을 많이 잃었다고 하나 여전히 캠핑 장소로 인기다.

 

백패커들이 자주 찾는 청석포


이곳에서 초등학생 딸을 데리고 부산에서 왔다는 부부 백패커를 만났다. 오늘 1박을 하고 내일 나갈 예정이라는데 가족이 참 화목해 보인다.

 


그런데 백패커들이 전국에서 몰려드는 청석포 주변에는 화장실과 음수대 등 부대시설이 설치돼 있지 않다. 화장실은 20분 거리의 신흥마을 공동화장실을 이용하는 불편을 감수해야 한다. 그래선지 바위 주변 여기저기 지린내 나는 화장지 투성이다. 섬박람회를 준비하면서 이 부분도 개선이 시급해 보인다.

 

# '개도 막걸리' 대신, 눈을 즐겁게 해 준 '미역 줄기들'

 

청석포에서 올라와 화산마을을 조금 지나면 좌측에 유명한 개도막걸리를 생산하는 ‘개도도가’가 있다. 개도막걸리는 조선시대부터 이름난 섬 막걸리로 낭도막걸리, 여수생막걸리와 함께 여수 3대 막걸리로 통한다. 갓 빚어낸 막걸리 몇 병 구입할 수 있을까, 하고 도가에 들렀으나 주말에는 쉬는지 인기척이 없다.

 

 

아쉬움을 뒤로하고 화산선착장으로 향하다가 요즘이 한창 미역채취 철이라 아스팔트 빈 공터와 방조제 옆 건조대 위에서 미역을 말리고 있는 주민들을 만났다. 건조대에 빨래처럼 널어 둔 미역을 차곡차곡 개어 트럭에 싣고 있다. 이유를 물었더니, 바람에서 비 올 냄새가 느껴져 양지바른 곳으로 옮기기 위함이란다.

 

자연산 개도 미역

 

미역은 3일 정도 바짝 말려야 하는데 날씨가 좋지 않아 걱정이란다. 아저씨는 앞에 무인도를 사서 미역 농사를 지으며 민박집을 운영하고 있다.

 

이곳에서 선착장 쪽으로 조금 더 걸으면 개도 여행객들이 자주 찾는 ‘갯마을식당’이 있다. 2020년 개도 트레킹 때 이곳에서 시원한 생선 지리탕에 개도막걸리를 곁들인 적이 있다. 하지만 가게만 열어둔 채 인기척이 없다. 점심시간이 지난 데다 예약하지 않았으니 딱히 찾아올 손님이 없으리라 생각한 모양이다.

 

 

1. 가는 방법

    o 여수연안여객선터미널

      - 여수항→개도 화산항 : 06:10, 14:50

      - 개도 화산항→여수항 : 08:20, 17:05

       ☎문 의 : 신아해운 061)665-0011

    o 백야도 선착장

     - 백야도→개도 화산항 : 07;25~ 하루 11회

     - 개도 화산항→백야도 : 06;55~ 하루 11회

       ☎문 의 : 태평양해운 061)686-6655, 신아해운 061)665-0011

 

백야도 선착장에 도착하고 있는 차도선


2. 섬에서 즐기기 : 트레킹, 캠핑, 낚시

    o 트레킹(등산) 코스(10km 3시간 30분, 난이도-중상급, 4계절 무난)

       화산선착장-운구지-너운당-생금산-천제봉-봉화산-신흥마을-화산마을-화산선착장

    o 개도 사람길 1코스 : 화산선착장-호령마을(4.5km, 1시간 30분)

    o 개도 사람길 2코스 : 호령마을-배성금(3.4km, 2시간 30분)

    o 개도 사람길 3코스 : 배성금-정목마을(4km, 2시간)

 


3. 숙박 및 식사

    o 갯마을식당 010-4137-2225 개도민박 010-8878-8479, 월항민박 010-4011-5732

       중앙펜션/식당 010-4642-8730 호령민박 010-7140-8767, 월심이네민박 010-9201-1601

       화산마을바다체험펜션 061-666-1232, 개도펜션 010-3485-1605

 

4. 마을버스 및 주요 기관

    o 마을버스 010-9946-8920, 화정면 개도출장소(061-659-1743)

       하나로마트 개도지점 061-666-8610

 

5. 추천사이트 : 여객선 예약예매 사이트 : http://island.haewoon.co.kr/

                                       여수시 문화관광 : https://www.yeosu.go.kr/tou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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