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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 나를 채우는 섬 인문학 강화도

반만년 역사 속 주연이었던 강화와 만나다!
노승대·김성환·강영경 외 12인 엮음/불광출판사 펴냄/ 2만원

문훈미 기자 | 기사입력 2023/06/07 [11:02]

[신간] 나를 채우는 섬 인문학 강화도

반만년 역사 속 주연이었던 강화와 만나다!
노승대·김성환·강영경 외 12인 엮음/불광출판사 펴냄/ 2만원

문훈미 기자 | 입력 : 2023/06/07 [11:02]


단 한 번의 역사, 단 하나의 질문, ‘반도의 중심’ 강화는 어떤 섬인가?

 

새로운 만남을 앞둔 설렘으로 가방을 챙긴다. 어디론가 떠나기 전에 묻는다. 왜 떠나는가? 수행자의 구도행은 너무 무겁다. 시간이 남으니까, 길이 있으니까, 당일치기가 가능하니까 떠난다는 식은 곤란하다. 그래도 떠남에는 방향과 목적, 그리고 정보들이 필요하지 않을까?

 

강화는 주말이면 도로가 몸살을 앓는 섬이다. 왜 그럴까? 단 한 번의 역사, 단 하나의 질문을 던진다. 강화는 어떤 섬일까? 우리나라에서 4번째로 큰 섬, 인천시 강화군의 주도(主島), 경기도 김포시와 접한 섬, 마니산과 참성단, 강화순무와 대몽항쟁…. 그리고?

 

인터넷에 정보가 쌓일수록, 검색에 매달릴수록 기억과 생각하는 노력은 퇴색하기 마련이다. 안다고 생각했던 강화에 물음표가 꼬리에 꼬리를 문다. 늘 먹었던 먹거리, 보던 풍경, 찾았던 핫스팟 말고 다른 것은 없을까? 여행으로만 접근하기엔 너무 아쉬운 강화에는 도대체 어떤 매력이 숨어 있을까?

 

자세히 보면 사랑스럽다는데 무엇을 더 알고 자세히 봐야 할까? 강화의 역사를 인문학으로 새롭게 접근한 이 책은 여행을 떠나기 전 설렘처럼 알고 있다고 믿었지만 잘 모르는 강화와의 색다른 만남을 예고한다.

 

하늘·땅·사람·마음에 새겨진 이야기, 그리고 섬이 품어온 사람들까지

 

“강화도는 섬이다. 바람 부는 섬이다. 그러나 그 바람 속에는 역사의 흔적이 실려 있다. 강화도의 해안이나 내륙에는 어딜 가나 과거의 유산이 숨 쉬며 역사를 노래한다.”(「나를 채우는 섬 인문학 강화도」 26쪽)

 

강화하면 쉽게 떠오르는 키워드 몇 가지가 있다. 섬이라는 지리적 특성부터 단군, 고려, 팔만대장경, 병인양요와 신미양요, 가장 오래된 사찰 전등사, 문장가 이규보, 고인돌, 강화순무 등 역사와 인물 그리고 먹거리가 생각난다. 이게 다일까? 이 책은 단순한 사료적 지식 나열에 하나씩 질문을 던지고 이야기를 더해 전혀 다른 새로운 강화의 면모를 드러낸다.

 

‘마니산 참성단은 단군을 위한 제를 지내던 곳’이라고 알고 있다면 이런 오해는 접어두자. 참성단은 단군을 제사하던 평양의 단군사당과 황해도 구월산의 삼성사와 성격이 다르다. 단군은 마니산 참성단에서 하늘을 향해 제를 올린 제사장이었다.

 

한국전쟁의 흐름을 바꾼 1950년의 인천상륙작전을 결행한 맥아더 장군보다 130여 년 먼저 상륙작전을 시도한 장군이 있다면 믿을까? 1866년 강화를 침략했던 프랑스군을 물리쳐 병인양요를 끝낸 인물이 바로 양헌수 장군이다. 그는 정족산성에서 반격의 서막을 계획하고 포수로 구성된 조선군 500명과 함께 강화해협 건너 정족산성서 벌인 전투로 프랑스군을 돌려보냈다.

 

그런가 하면, 강화는 뛰어난 인재들의 고향이자 한 나라의 행정을 책임진 수도이기도 했다. 조선시대 최연소로 과거 시험에 합격한 이건창은 고승들의 찬을 썼고, 「능엄경」을 달달 외웠던 천재 문장가 이규보는 서쪽을 바라보며 강화에서 눈을 감았다. 게다가 한양과 서울보다 먼저 우리나라의 수도였던 곳도 강화다.

 

고려의 수도일 때 고려인들은 강화에서 팔만대장경을 기획하고 만들었다. 뿐만 아니다. 강화주민은 집에서 많은 신을 포용하며 신과 함께 살고 있고, 기독교는 강화에서 첫발을 내디뎠다. 인천에 상륙한 성공회의 첫 조선인 신자는 강화주민이었고, 가장 오래된 성공회 한옥성당이 강화에 있다.

 

이 모든 서사가 이 책 한 권에 집약됐다. 여행서처럼 가벼운 정보에 머무르지 않고 역사서처럼 고리타분하지 않다. 한 권의 매거진처럼 산뜻한 디자인 속에 단행본의 알찬 지식이 담겼다. 두 번, 세 번 다시 볼수록 진한 여운을 주는 영화처럼 강화의 새로운 맛을 보여주는 책이다. 책의 마지막 페이지를 덮는 순간, 강화행 버스에 올라탄 자신을 상상해 보는 것도 설레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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