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 벚꽃도 좋지만 겨울 동백도 좋은, '풀섬' 초도
그 뒤 고흥 녹동항에서 카페리를 타고 거문도를 가면서 초도를 더욱 가까이에서 보았다. 다시 그곳 상산봉을 가고픈 열정에 가슴이 뛰었지만 다음을 기약하며 맥동을 지그시 눌러두었다. 그리고 새해 첫 트레킹으로 초도 상산봉 트레킹에 나선다.
초도 상산봉은 남북으로 뻗은 주 능선을 아우르며 경사면과 골짜기들을 섬 여기저기에 펼쳐놓았다. 그래서 섬치고는 농경지가 많아 주민 대부분은 농업과 어업을 함께 영위하고 있다. 농사로는 고구마, 마늘, 보리, 콩, 배추, 무 등이 재배되고 인근 바다에서는 전복과 해삼, 뿔소라, 문어, 삼치, 꽁치, 전어 등과 김, 미역 등의 해산물 채취도 활발하다.
상산봉에 오르면 남해의 보석, 거문도와 여서도도 한눈에
여수항에서 아침 7시 50분에 출발하는 웨스트그린호를 타고 초도 의성항에 도착하니, 10시 40분이다. 선착장에는 여객선 도착·출항 시간에 맞춰 운행하는 마을버스가 대기하고 있다. 쾌속선에서 내린 승객 대부분이 버스에 오르자, 24인승 마을버스는 어느새 만원이다.
버스를 타고 의성마을과 대동마을을 가르는 바람재에 도착해 상산봉 트레킹을 시작한다. 바람재에서 상산봉까지는 1.5km로 누구나 쉽게 오를 수 있는 길이다. 초도는 봄에 오면 일주도로의 벚꽃과 상산봉의 야생화가 아름답다고 한다. 하지만 나무가 성장을 멈추고, 허공에 몸을 맡긴 채 묵언 수행을 하는 겨울의 트레킹도 좋았다. 바다에서 불어온 찬 바람은 마음속 티끌을 몰아내고, 평온을 가져다 준다.
〈초도에 가면/ 김진수〉
가슴에 별이진 사람 초도로 가라
여수항 뱃길로 48마일 삼산호, 신라호, 덕일호, 훼리호 순풍호, 데모크라시, 줄리아나 오가고 뱃길 빨라질수록 발길은 멀어져도 해초처럼 설레는 낭만은 있다
아침이슬 소바탕길로 상산봉에 오르면 낮고 낮은 햇살에도 퍼덕이는 금비늘 희망은 가슴 터질 듯 수평선에 이르고 달빛 수줍은 갯바탕길을 따라 은하수 시거리가 이야기꽃 피우는 초도, 그 풀섬에 가면 아직도 총총한 별들이 뜬다
겨울, 남해안 어느 섬엔들 동백꽃이 아름답지 않겠는가마는 초도의 동백꽃은 컴컴한 무대에 불이 갑자기 켜지듯 환하게 다가온다. 상산봉에서 정강해수욕장으로 내려가는 초입은 그동안 보이지 않던 동백꽃의 나라다. 길을 조성한 지 오래되어 나무계단이 삭아 있고, 잡풀이 거친 구간도 있지만 동백과 소사나무 등으로 이뤄진 숲은 원시적 느낌을 준다. 그 길에 동백꽃 화염이 피고 지고를 반복하고 있다.
제주 출신 해녀들이 산다는 진막마을과 모세의 기적
정강해수욕장에서 일주도로로 회귀하여 진막마을로 향한다. 산허리쯤을 깎아 조성한 일주도로는 굽이굽이 시원스럽고 한적하다. 연륜이 상당한 벚꽃 나무들이 가로수를 이루고 있다. 꽃피는 봄이면 옹진 신도나 장봉도의 벚꽃길처럼 아름다울 것 같다.
진막마을은 상신 기슭 서쪽에 안온하게 자리 잡고 있다. 폐교된 분교는 펜션으로 활용되고 있고, 마을 중심에 자리 잡은 260년 된 팽나무가 이 마을의 역사를 말해준다. 마을에서 만난 한 주민에게 “제주도에서 온 해녀들이 이곳에 산다는 얘기를 들었는데 초도의 해녀들은 이곳에만 있느냐”고 물었더니, “진막에는 6명의 해녀가 있고 인근 대동리와 의성리에도 비슷한 수의 해녀들이 산다”고 답한다.
마을에서 내려와 바다로 고기잡이에 나섰다가 방금 돌아온 60대 후반으로 보이는 부부를 만났다. 고기를 많이 잡았느냐 물었더니, 요새는 고기가 잘 잡히지 않는다며 양동이를 비스듬히 보여준다. 양동이의 1/4가량을 붕장어와 문어, 전어 등이 채우고 있다.
대동마을에서 의성마을로..노부부의 끝없는 ‘자식 자랑’
대동마을에는 경찰서, 보건소가 있고 지금은 폐교되었지만, 초등학교와 중학교 터가 있다. 상산의 북서쪽 능선이 소쿠리 모양으로 만들어낸 골짜기에 마을이 자리 잡았다. 마을 앞 대동항은 태풍 시 인근 섬들의 배들이 모두 피항해도 좋을 만큼 크다. 대동항은 녹동에서 거문도를 오가는 카페리의 중간 기착지이기도 하다.
1. 주소 o 전남 여수시 삼산면 초도리
2. 가는 방법 o 여수항↔초도 - 여수항→초도(의성) : 07:50 - 초도(의성)→여수항 : 12:30(평일), 15:20(토, 일) ☎ 문의 : 엘에스쉽핑(주) 061) 662-1144
o 고흥 녹동항↔초도 - 녹동항→초도(대동) : 07:00 초도(대동)→녹동항 : 14:20 ☎ 문의 : 평화페리11호 (평화해운) 061) 843-2300
3. 트레킹 코스 o 의성항~바람재(버스)~상산봉~정강해수욕장~진막마을~대동마을~바람재~의성항 (11.5km, 5시간 소요, 난이도 중) o 대동·의성항~바람재~상산봉~대동·의성항 왕복 (5.2km, 2시간 20분, 난이도 하)
4. 숙박 및 민박 o 대동마을회관 : 010-5170-8588 o 두산민박 : 010-3566-6346 o 에덴민박 : 010-2868-3563 o 무작정민박 : 010-5170-8588 o 상산봉민박 : 010-8514-6443 o 의성마을회관 : 061) 665-8561 o 해양체험장 : 010-7466-2858 o 초도짱낚시민박 : 010-7466-2858 o 진막마을회관 : 010-8813-8633 o 진막해녀촌 : 010-8813-8633 o 초도스쿨펜션 : 010-8221-7499 * 식사 가능 여부, 민박집에 사전 확인 필요
양진형 기자 news@kislandnews.com
<저작권자 ⓒ 한국섬뉴스 - 국내 최초의 섬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