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을 시샘하는 꽃샘추위가 한창일 때 바삭거리는 낙엽 이불을 밀치고 올라오는 정령들이 있다. 봄 야생화다. 이른 봄 복수초, 산자고, 양지꽃, 노루귀 등은 여느 섬들에서도 흔히 볼 수 있다. 통상 섬의 야생화들은 소규모로 군락을 이뤄 피지만 여러 종의 야생화가 군락지를 이루며 피는 섬은 찾아보기 힘들다.
하지만 서해 외딴섬 풍도에는 3~4월이면 복수초, 노루귀, 풍도바람꽃, 풍도대극 등이 자신만의 영역을 구축해 활짝 피어난다. 섬 이곳저곳에 노랗고 하얗고 연분홍 야생화들이 피어, 풍도는 '섬 야생화 천국'으로 불린다. 2월 말부터 봄의 속살을 보려고 안달이 난 전국의 포토그래퍼들이 이 녀석들을 알현하기 위해 대포 카메라를 메고 풍도로 몰려든다.
8월 말에서 9월 초까지 위도에서는 위도상사화가 장관을 이룬다. 통상적인 연분홍 상사화와는 달리 위도상사화는 맑은 흰색이다. 위도 야산은 물론 논밭에서도 자생하는데 지금도 꽃대를 꺾어 말렸다가 겨울에 나물로 무쳐 먹기도 한다.
안산시에 속하지만 생활권은 인천에 가까운 풍도(豊島)
풍도는 경기도 안산시 속한 섬으로, 대부도에서 24㎞가량 떨어져 있다. 1.843㎢의 면적에 2024년 3월 현재 105명(57가구)이 거주하고 있다. 북서쪽으로는 옹진군 승봉도와 대이작도가, 남쪽으로는 대난지도, 동쪽으로는 육도 열도 등이 울타리가 되어준다. 섬에는 예로부터 단풍나무가 많아, 단풍나무 '풍(楓)' 자를 써서 풍도(楓島)라고 불렀다고 한다. 그러나 지금은 풍요로울 '풍(豊)‘ 자를 써 풍도(豊島)로 불리고 있다.
행정구역상으로 경기도 안산시에 속하지만, 풍도 주민들은 오랜 세월 인천을 연고로 생활해 왔다. 자녀들은 대부분 인천에서 학교를 나와 인천에 정착해 산다.
그래서 현재 인천항에서 출발한 여객선이 안산 대부도 방아머리를 거쳐 풍도까지, 1일 1회 정기 운항하고 있다. 7월 여름휴가철부터 가을까지 3개월 동안(매주 금·토·일요일, 공휴일)에는 1일 2회 여객선이 증편 운항하기도 한다. 이런 사정 때문에 봄철 당일로 풍도를 다녀올 수 없다. 더욱이 서해는 이즈음 꽃샘추위로 결항이 잦아 풍도 야생화 개화 시기에 맞춰 풍도를 방문하기는 쉽지 않다.
이런 틈새를 해결해 주는 교통수단이 바로 삼길포 유람선이다. 풍도는 거리상으로 서산의 삼길포항에서 가까워 봄 야생화 탐방객들을 위해 주말이면 특별 유람선이 뜬다. 소요 시간은 50분으로, 아침 9시 10분쯤 출항했다가 3시쯤에 귀항한다.
청일전쟁의 시발점 풍도해전, 그 아픈 역사의 현장
일본군의 기습포격으로 청나라 함선이 침몰해 수많은 병사가 수장 됐다. 전쟁에서 승리한 일본은 곧이어 조선을 침략해 식민지로 만들었다. 풍도해전 당시 청나라 군사들의 시신이 떠밀려왔다는 풍도 북쪽 청옆골 해변은 비할 데 없이 한적하다. 몽돌해변 위에는 어촌체험마을이 조성되어 있다. 가파른 경사도를 따라 크고 작은 몽돌들이 파도에 쓸려 짜르르~, 짜르르~ 소리를 낸다.
풍도 지역경제를 살리는 일등공신, ‘풍도 야생화’
풍도 야생화 군락지는 주로 후망산 아랫자락에 있지만, 둘레길을 끼고 해안을 걸어도 곳에서 얼굴을 내민 야생화들을 만날 수 있다. 섬이 커 보여도 길이 잘 조성되어 있으니 걱정할 필요가 없다.
풍도바람꽃은 풍도의 그늘지고 습기가 많은 활엽수림 밑에서만 자란다. 개화 시기는 3~4월인데 얼핏 변산바람꽃과 비슷해 보이지만 꽃잎이 더 크다. 풍도바람꽃의 꽃말은 '기다림', '덧없는 사랑', ’사랑의 괴로움‘, '비밀스러운 사랑'이다.
또 풍도에서만 자생한다는 ’풍도대극‘도 탐방객의 많은 사랑을 받는다. 대극목 대극과에 속하는 풍도대극은 여러해살이풀로 3~5월에 개화한다. 잎은 어긋나기하고 긴 타원형이며, 털이 있거나 없고 가장자리는 밋밋한 편이다. 새순은 붉은색 또는 녹색으로 돋는데 꽃이 필 때는 줄기 끝이나 잎겨드랑이에 녹색으로 핀다. 풍도대극의 꽃말은 ’기다림‘과 ’덧없는 사랑’이라고 한다.
1. 주 소 o 경기도 안산시 단원구 풍도동
2. 가는 방법 o 인천연안여객선터미널↔풍도 - 인천항→풍도 : 09:30 - 풍도→인천항 : 12:00(짝수), 12:30(홀수) 예약 : 여객선 예약 예매 '가고 싶은 섬' 홈페이지 ☎ 문의 : 서해누리호(대부해운) 032-887-6669
o 대부도 방아머리선착장↔풍도 - 대부도→풍도 : 10:30 - 풍도→대부도 : 12:00(짝수), 12:30(홀수) ☎ 문의 : 서해누리호(대부해운) 032-887-6669
o 서산 삼길포↔풍도 (특별 유람선) - 삼길포→풍도 : 09:10 - 풍도→삼길포 : 14:10 ☎ 문의 : 삼길포 유람선 010-3273-6871
3. 트레킹 코스
o 제1코스(해안 일주) : 풍도항 → 등대 → 채석장 → 북배 → 마이배뿌리 → 발전소 → 풍도항 (5.2km, 2시간, 난이도 하) o 제2코스(해안·야생화) : 풍도항 → 등대 → 채석장 → 북배 → 후망산 → 야생화군락지 → 은행나무 → 풍도항 (5.6km, 3시간, 난이도 하)
4. 민박 및 식사 o 풍도맛집민박 : 010-6341-4139 o 풍도바위펜션 : 010-9092-3997 o 풍도민박 : 032-831-0596 o 풍도랜드 : 032-831-0596 * 식사 가능 여부, 민박집에 사전 확인 필요
양진형 기자 news@kislandnews.com
<저작권자 ⓒ 한국섬뉴스 - 국내 최초의 섬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
|
많이 본 기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