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도와 함께 태안해안국립공원에 속한 섬
충남 대천항에서 서북쪽으로 21㎞ 떨어진 장고도는 면적 1.5㎢, 해안선 9.5㎞의 아담한 섬이다. 보령시 오천면사무소에 의하면 3월 말 현재 121세대 223명이 거주하고 있다. 섬 모양이 멀리서 보면 장구처럼 생겼다 해서 장고도라 불린다. 고대도와 함께 태안해안국립공원에 속한다.
섬에는 이렇다 할 큰 산은 없으나 50~60m급 봉우리들이 구릉지를 형성하며 여기저기에 송림을 형성해 놓았다. 북서풍은 바닷모래를 밀어 올려, 섬 북쪽에 모래사장도 만들었다. 그래서 남녀 누구나 시나브로 섬 한 바퀴를 돌기에 그만이다. 지하수도 풍부해 현재도 200마지기가량의 논농사를 짓는다. 5~7월에는 마을 뒤 염전에서 천일염을 생산하기도 한다.
그러나, 장고도 주민들의 가장 큰 수입원은 바다다. 주변 해역은 수심이 낮고 갯벌과 암초 등이 잘 발달되어 바지락, 해삼, 전복은 물론 멸치, 까나리, 갑오징어 등 연안 어족이 서식하기에 좋다. 섬이 제주도만큼이나 아름답고 해산물이 풍부하다 하여, 사람들은 장고도를 ‘충청남도의 제주도’, 또는 ‘황금의 섬’이라 부른다.
매월 사리 때 마을주민들 바지락 캐기에 분주
봄기운이 한층 더해가는 주말, 대천항에서 아침 7시 20분에 출발한 여객선을 타고, 8시 30분 장고도 대멀선착장에 도착한다. 일시 북적이던 선착장은 승객들이 저마다의 목적지로 빠져나가자 금세 한산해진다. 선착장에 덩그러니, 여객(旅客)과 등산복 차림의 부부만 남았다. “어디서 오셨느냐?” 물었더니, “대구에서 왔다”고 한다. 예전에는 산을 많이 다녔는데 나이 들면서 섬이 좋아져, 신안의 섬들을 두루 다녔다고 한다.
선착장에서 남서쪽 해안로를 따라 10여 분 걷던 중, 경운기 주변에서 서성거리는 어르신 4분을 만났다. 모두 80대로, 바지락을 캐러 가기 위해 바닷물이 빠지기를 기다리고 있다고 한다.
장고도 해안을 따라 이어진 백사청송(白沙靑松) 일품
장고도 남서쪽 해안 둘레길은 선착장 옆 산길로부터 시작된다. 진달래와 산벚꽃이 분분히 떨어진 해안 길 너머로 고대도의 선바위가 보인다. 그리고 그곳에서 조금 더 진행하니 배의 돛처럼 보이는 바위, ‘돛단여’가 선명하게 다가온다. 돛단여는 만조 때 멀리서 보면, 옹진 굴업도 앞 선단여처럼 보이기도 한다.
마을로 다시 돌아와 염전길로 들어선다. 염전을 지나 해안에 이르니, 당너머해수욕장이다. 바닷물은 어느새 해변에서 500~600m 남짓 빠져있다. 단단한 모래와 삐죽한 갯돌들이 섞인 갯벌 위로 몸을 드러낸 해조류들이 한 폭의 수채화를 그려낸다. 이곳은 장고도어촌계의 해삼과 전복양식장이기도 하다.
당너머해수욕장에서 마을 길로 돌아와 명장섬으로 가야 하나, 내친김에 깊숙이 조간대를 드러난 해변을 따라 명장섬해수욕장으로 진행한다. 해수욕장 끝 지점에는 오랜 세월이 빚어낸 멋진 시 아치(sea arch) ‘용굴바위’가 있었다. 강홍삼 이장에 따르면, 한때 장고도의 얼굴이나 다름없던 이 용굴바위는 태풍 매미가 왔을 때 산 전체가 내려앉으면서 사라지고 지금은 일부 흔적만 남아 있다고 한다.
명장섬 가는 길 양옆으로도 마을주민들이 나와, 삼삼오오 바지락을 캐고 있다. 연신 호미질을 하고 있는 60대 초반의 섬 주민을 만났다. 앞 양동이에는 캐낸 바지락으로 절반 이상이 채워져 있고, 뒤에는 이미 채취한 바지락을 묶어 놓은 한 뭉치의 그물망이 있다. 아주머니에 의하면, 채취한 바지락은 중간 수거상을 거쳐 대천해수욕장 일대 식당에 납품된다고 한다.
장고도 바지락은 매월 사리 때(6~11물) 채취하는데 한 사리에 보통 40~50만원의 수입을 올린다고 한다. 여기에 어촌계원들은 어촌계가 운영하는 바지락, 해삼, 멍게 양식장에서 별도의 수입을 배당받는다. 장고도를 왜 부자 섬이라고 하는지 짐작이 간다.
이튿날, 동이 트기 전에 마을 처녀들은 작업복을 입고, 어물채취 도구와 한복 등 필요한 소품을 가지고 돌방에 모인다. 그리고 바닷가로 나가 굴을 채취하며, 누가 더 큰 것을 채취했는지 내기를 하기도 한다. 이후 돌방으로 돌아온 처녀들은 한복으로 옷을 갈아입고, 모래사장으로 나가 각종 노래를 부르며 흥겹게 놀다가 해 질 무렵에야 돌방을 허물고 집으로 돌아갔다.
예전에는 명장섬 해안가에 실제로 등바루가 있었으나 사라지고, 현재는 대멀선착장 인근에 실물모형의 등바루를 만들어 놓았다.
1) 위 치 o 충남 보령시 오천면 삽시도리
2) 가는 방법 : 대천항여객선터미널↔장고도 o 대천항→장고도 : 1일 3회(07:20, 13:00, 16:00) o 장고도→대천항 : (08:30, 13:00, 17:00) * 예약 : 여객선 예약 예매 '가고 싶은 섬' 홈페이지 ☎ 전화 : 신한해운 (041, 934-8772)
3) 장고도 트레킹(난이도 중) o 해안 종주길 (8.5km, 4시간 30분) 대멀선착장→장고도마을→장고도선착장→해안 송림길→장고도마을→염전→당너머해수욕장→ 명장섬해수욕장→명장섬→대멀선착장
o 장고도 둘레길(2km, 2시간) 대멀선착장→명장섬해수욕장→명장섬→대멀선착장 * 명장섬까지 트레킹 하려면 썰물 때에 맞춰가야 함.
4) 체험 및 숙박 o 장고도어촌체험마을(www.장고도어촌체험마을.kr)/010-9401-2867 o 장고도 그물체험(지혜네 민박 041-931-8808) o 숙 박 : 마도로스민박(010-9405-1098), 여객선 매표도 겸함. 강동펜션(010-9415-3074), 태양펜션(010-2644-4314)
양진형 기자 news@kisland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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