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선 운행이 시작된 지 불과 2달여 지나면서 섬살이 각 가정의 살림살이에 윤기가 흐른다. 이제는 자유로운 육지 나들이로 섬 집들이 분칠을 하고 곱게 단장되어간다. 입식 부엌을 만들어 싱크대가 들어오고 에이콘도 들여오고 새 침대도 장만했다. 다시 고향으로 돌아와 섬살이 하려는 주민이 늘어나고 있다.”
전남 여수시 작은 섬, 추도의 한 주민이 SNS에 올린 글이다. 추도는 여수시에 속해 있으나, 그동안 교통수단이 없던 소외도서였다. 지난해 해양수산부 ‘소외도서 항로 운영 지원사업’ 대상지로 선정돼 늦게나마 도선이 운항하게 됐다. 피가 흘러야 몸이 유지되듯이, 해상 교통권은 섬사람들에게 생명선과도 같다.
해양수산부는 지난해 다랑도(완도), 상구자도·하구자도(진도), 효지도(신안), 횡간도·추포도(제주), 오곡도(통영), 자란도(고성), 추도(여수) 등 10곳을 ‘소외도서 항로 운영 지원사업’ 대상지로 선정했다. 소외도서 항로에 선정되면 인건비, 유류비, 선박검사·수리비 등 선박 운항에 필요한 운영비용의 50%는 국가가 지원하고, 50%는 지자체가 담당한다.
소외항로 도선들은 작년 12월 고성 자란도를 시작으로 많게는 1일 6회, 적어도 주 3회의 운항에 들어갔다. 이 정책이 시행되면서 해당 섬 주민들과 섬 방문객은 크게 설렜다. 주민들은 생활편의와 섬 관광이 활성화되고, 방문객들은 그동안 가보지 못했던 미지의 섬을 갈 수 있는 기회가 열렸기 때문이다.
하지만 시간이 갈수록 그 설렘은 분란의 씨앗으로 변하고 있다. 승선 대상이 주민등록상 섬 주민에 한정돼 있어서다. 심지어 어떤 섬은 친인척의 방문도 제한되고 있다.
섬 여행객 A 씨는 최근 정기 여객선이 끊긴 이후 18년 만에 뱃길이 재개된 통영 오곡도에 뱃값을 내고 가려다가 “외부인은 안 된다”는 선장의 말에 발길을 돌려야 했다.
항의에 시달리는 지자체의 담당 공무원들은 “해수부의 ‘지침’이라 우리도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이다. 만약 외부인을 태우다가 적발되면 지원사업이 철회될 수도 있는 데다 관광객이 사고라도 났을 때 그 책임을 누가 지겠느냐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해수부는 2027년까지 소외도서 운항 지원항로를 40곳으로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올해도 10곳을 지원하기로 하고 지난 1월 공모를 진행했으나, 응모가 저조해 전남 완도군 허우도, 신안군 초란도·사치도 등 3개소만 선정했다.
해수부의 소외도서 항로 운영 정책의 근거는 ‘섬발전촉진법(제13조의 3)’이다. 이 규정은 일반 여객선이 아닌 행정선 운영에 초점을 맞춘 것이다. ‘선박안전법’에 의해 여객선이 운항되지 않는 섬 지역 주민의 교통편의를 목적으로 한 것으로, 승선 대상을 확대하려면 섬을 관할하는 시장·군수가 조례를 만들어 시행하도록 하고 있다.
해수부는 최근 지자체가 탄력적으로 조례를 제정해 섬 주민과 탐방객의 불만에 대처하도록 권유했다. 하지만 지자체 공무원들이 ‘지침 개정’이 먼저임을 주장함에 따라, 해수부는 여러 문제점을 검토해 늦어도 6월까지 지침 개정을 완료하겠다는 입장이다.
신안군은 지난 2014년부터 ‘신안군 행정선 운영·관리지원 조례’를 제정해 시행 중이다. 앞으로 해수부와 지자체가 이 조례를 참고해 머리를 맞댄다면 소외도서 항로 운영 과정에서의 갈등은 쉽게 실마리를 찾을 것으로 보인다. 신안군 확인 결과, 정부의 소외도서 지원에 포함된 효지도 항로의 경우 섬 주민과 방문객이 모두 원활하게 이용하고 있다.
* 이 칼럼은 브릿지경제에도 게재되었습니다. 양진형 대표 news@kisland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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