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이후 인구가 증가해 온 제주는 본토에서 누리기 힘든 대안적인 삶을 찾는 이주자들과 문화예술 활동을 위해 이주한 문화이주자들의 정착지로 발전하고 있었다. ‘제주이민’으로 표현되는 이런 이주자가 증가하는 것 외에도, 코로나19 시국을 지나며 ‘제주 한 달 살기’ 열풍도 지속해서 불고 있었다. 그런 바람에 실려 저자도 아내와 함께 제주에 도착했다.
공천포에 자리한 부부는 제주에서 지내는 소소한 일상을 사진으로 기록한다. 새해 첫 일출, 수확한 하귤, 매화와 동백도 사진으로 원 없이 담는다. 바람 많은 제주라는데 남원읍은 바람이 적다. 호기심이 발동하여 일기예보와 실제 하늘을 비교하면서 가끔 지리 생각도 한다. 올레길도 걷고 텃밭도 가꾸고, 숲길도 걷고, 한참 동안 참꽃도 구경한다. 미술관에도 가고, 갤러리에도 가고, 습지도 찾아간다. 삶을 찬양하며 시도 한 수 짓는다. 더할 나위 없는 일상에서 부지런히 여유를 즐긴다.
이 책에는 남들 다 아는 흔한 제주 이야기 대신에 여행자가 아닌 생활자로서의 제주 이야기가 들어차 있고 이야기마다 그날그날의 사진이 자리한다. 프로 사진가인 저자는 난을 치는 마음으로 사진으로 매화와 동백을 치며 잔잔한 일상에 사진으로 컬러를 입혀 준다. 찐 감자에 천일염을 찍어 먹다가 강원도보다 생산량이 더 많은 제주 감자 이야기, 한경면 고산평야 감자밭 이야기, 김동인의 단편 소설 「감자」 이야기까지 나온다. 또 ‘성산일출봉이 언제 만들어졌냐면’ 하고 투 머치 토크를 일삼는데, 여기서는 오히려 수업시간에 선생님이 하던 ‘딴 얘기’처럼 흥미롭다. 듣고 나면 내가 알던 그 성산일출봉이 아니기 때문이다.
사진가 부부의 소소하기 그지없는 하루하루 이야기에 그들의 작품과 알고 보면 재미있는 지리 이야기가 더해져 유쾌하게 다가온다. 사진 하는 지리학자와 걷는 길이 왜 특별한지를 잘 보여주고 있다.
문훈미 기자 mhm@kisland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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