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서남부에 230개의 섬을 거느린 고흥
고흥 바다에는 섬도 많다. 한국의 100대 명산에 속하는 팔영산을 비롯해, 해발 400~500m급 산봉우리들이 남해로 자맥질하면서 크고 작은 섬 230개를 봉긋이 올려놓았다. 프로레슬러 김일 선수의 고향인 거금도와 한센인들의 보금자리 소록도, 우주센터가 있는 나로도 등은 육지와 연륙되어 차를 타고 간다.
그런데 이러한 고흥의 섬 중에서 최근 관광명소로 부상한 섬이 있다. 남양면에 있는 우도(牛島)이다. 우도는 보성 득량만이 고흥으로 깊숙이 파고들면서 만들어 놓은 호수 같은 바다 위에 연꽃처럼 솟아있다. 그 주위를 고흥군 대서면과 남양면, 과역면, 두원면이 연잎처럼 둥글게 감싸고 있다.
고흥사람들에게도 비교적 생소하던 우도가 세상 밖으로 모습을 드러난 것은 지난해 4월 국내 최장 연륙 인도교인 ‘레인보우교’가 개통되면서다.
섬 주민의 애환 서린, 생명 같은 우도 노둣길
우도에는 레인보우교가 건설되기 전에도 갯벌 위를 시멘트 상판으로 연결한 노둣길이 있었다. 그래서 섬 주민들은 썰물 때면 하루 두 번 노둣길을 이용해, 도보나 차량으로 육지를 드나들었다. 이런 길이 만들어지기까지 오랜 세월 동안, 섬 주민들의 고생은 말로 형언하기 어려울 정도였다.
처음엔 썰물 때 갯벌 위 가장자리에 긴 나무막대기를 줄줄이 박아두고, 밀물 때에는 배로 실어온 돌들을 그 위에 빠트렸다. 물살이 빠른 사리 때나 폭풍우가 몰아치면 돌들은 쉽게 유실됐지만 길을 만드는 작업을 포기하지 않았다. 이렇게 해서 사람이 간신이 다닐 수 있는 노둣길이 만들어지자, 다시 시멘트 상판을 덮어 현재의 노둣길을 완성했다.
군 예산 75억 원을 투입해 2022년 7월 인도교 착공에 들어가, 1년 8개월 만에 완공했다. 바다 위 1~5m의 높이로 건립된 인도교는 철골 구조물로 무지갯빛 형상을 하고 있다. 오색 무지개의 색깔은 잿빛 바다와 대비되어 우도로 가는 길을 더욱 돋보이게 만들었다. 레인보우교를 따라 바닷바람을 맞으며 천천히 걷노라면 착잡했던 마음은 어느새 사라지고, 하늘 위로 비상하는 듯한 홀가분한 기분을 느낄 수 있다.
고흥군의 새로운 랜드마크로 떠오르는 섬
우도는 전체 면적 0.62㎢, 해안선 길이 3.3km의 작은 섬이다. 딸린 무인도로는 각도, 하구룡도, 중구룡도, 상구룡도 등이 있다. 섬이 작아 농지가 부족하지만 대신 바다와 갯벌이 드넓어, 섬 주민들은 이를 논밭으로 여기며 살아왔다. 김정환 우도 이장에 의하면 섬 주민의 주요 생계수단은 넓은 바다와 갯벌이 내어준 수산물들이다. 낙지와 굴, 전어와 새꼬막 등이 계절별로 풍부하게 생산되어 이웃 벌교나 순천으로 팔려 나간다.
우도는 고려 말 황 씨가 처음으로 들어와 거주한 것으로 전해진다. 섬의 모양새가 소머리처럼 생겨 소섬으로 불려지다가, 한자화되어 우도(牛島)가 되었다고 한다. 또 다른 유래가 있다. 주민들이 자생한 대나무로 임진왜란 때 화살을 만들어 나라에 바쳤는데 그 화살로 큰 승리를 거두어 우죽도(牛竹島)라 했으나, 훗날 ‘죽(竹)’ 자를 없애고 다시 우도라 했다는 설이다. 우도에는 지난해 말 기준으로, 54세대 90명이 거주하고 있다.
관광객이 몰려오면서 생긴 ‘우도 이장’의 고민
고립됐던 섬에 연륙교나 인도교가 건설되면 발생하는 공통적인 문제가 있다. 밀려드는 탐방객들을 수용할 수 있는 식당 등 기반시설의 부족과 관광객들이 버리고 간 생활 쓰레기 처리 등이다. 또한, 조용했던 섬마을에 관광객이 몰려들면 대부분 고령의 섬 주민들은 혼란스러워한다.
우도는 둘레길 전체가 3~4km 남짓으로, 한 바퀴 돌아보는데 넉넉잡고 2시간이면 충분하다. 따라서 고흥의 다른 관광명소와 연계하여 여행하면 좋다.
우도 인근 가볼 만한 관광명소는 어디
□ 고흥분청문화박물관 : 2017년 10월 개관한 고흥분청문화박물관(두원면)과 가깝다. 이곳에서는 고려청자, 조선백자와 함께 우리나라 3대 도자기인 분청사기의 매력을 느낄 수 있다. 지난해 말 고흥 출신의 화가 천경자(1924∼2015) 탄생 100주년 기념 특별전을 10월부터 12월 31일까지 개최해 많은 관람객이 찾기도 했다.
박물관 바로 아래에는 ‘조종현·조정래·김초혜 가족문학관’이 있다. 시조시인이자 승려, 독립운동가였던 조종현 선생(1906~1989)과 그 아들 태백산맥의 조정래 작가, 며느리 김초혜 시인 등 고흥에 뿌리를 둔 세 사람의 삶과 문학세계를 담고 있다.
□ 중산일몰전망대 : 우도에서 가까운 남양면 중산리 625-4에는 일몰 전망대가 있다. 이곳에서 보는 석양이 일품이다.
□ 팔영산 휴양림, 남열해수욕장 : 시간적 여유가 있다면 팔영산 휴양림을 탐방해 보는 것도 좋다. 편백숲으로 이뤄진 팔영산 휴양림은 다양한 산책로를 따라 2~3시간 동안 힐링할 수 있다. 휴양림 외에 신라 시대 원효가 창건한 고찰인 금탑사와 송광사의 말사로 417년 아도화상이 창건한 능가사가 있다. 또한 고흥의 일출 명소 남열해수욕장 등도 방문해 볼 만하다.
양진형 기자 news@kisland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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