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은 동백의 계절이다. 동백꽃은 세 번 핀다는 얘기가 있다. 가지에서 한 번, 땅 위에서 한 번, 그리고 사람의 가슴 속에서 한번. 동백, 하면 고창 선운사를 떠올리는 사람이 많지만, 선홍빛 섬 동백에 견줄 수 있을까 싶다. 섬 동백은 카펫을 깔아놓은 듯 핏빛으로 동백 숲길을 물들인다.
한반도 남동쪽으로 먼저 가보자. 거제와 통영을 대표하는 동백꽃 섬 여행지로는 지심도, 장사도, 수우도가 있다. 남해안에 자생하는 동백꽃은 대략 11월 말부터 꽃을 피우기 시작해 2~3월에 만발한다.
거제 지심도는 선착장에서 내리면 동백나무 터널 산책로를 따라 섬 안으로 들어선다. 섬 구석구석에 동백꽃이 그야말로 지천이다. 아름다운 동백 숲길은 평탄하여 가족, 연인과 함께 걷기 좋다. 지심도는 일제강점기 일본군의 주둔지여서 섬 이곳저곳에서 아픈 역사와도 마주할 수 있다.
통영에 속하지만, 거제도 남단에서 가까운 장사도는 섬 모양이 누에를 닮아 한 때 누에섬이라 불리기도 했다. 한때는 14가구 80여 명의 주민이 거주했으나 이제는 무인도가 되었다. 장사도는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의 촬영지로 유명해졌다. 드라마 속 주인공이 사랑을 확인했던 동백나무 길 전체에 동백꽃이 가득 피어난다. 해안가로 펼쳐진 에메랄드빛 남해는 이국적 정취를 느끼게 한다.
통영 수우도도 사천에서 가깝다. 삼천포항에서 출발하여 등산로를 따라 은박산, 금강봉을 한 바퀴 돌다 보면 흐드러진 동백군락지를 곳곳에서 만날 수 있다. 이미자의 동백아가씨 작곡가가 수우도에 놀러 왔다가 동백에 반해 작곡했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수령이 오래된 동백꽃을 감상할 수 있다.
한려해상국립공원의 종착지인 여수 오동도의 동백은 예로부터 유명하다. 겨울이면 검푸른 동백나무 잎사귀 사이사이에 별처럼 박혀 있는 붉은 꽃송이는 처연한 애수를 느끼게 한다. 수령 50∼300살까지의 동백 숲이 빼곡히 뒤덮고 있어, 오동도에 들어서면 하늘을 보기 힘들 정도다. 3000여 그루의 동백나무는 2월 중순까지 30% 정도 개화하고, 3월 중순 만개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비렁길로 유명한 여수 금오도의 동백도 아름답다. 비렁길 중 제3코스인 직포~학동(3.5km)까지 동백 숲이 이어진다. 직포 해변에서 메숲진 동백 숲을 뚫고 오르면서 우측으로 남해를 바라보면 온갖 시름을 다 잊을 수 있다. 영국군 묘지로 유명한 여수 거문도도 가봐야 할 동백 명소이다. 불탄봉~거문도등대까지의 둘레길에서 마주하는 동백숲 터널은 드라마틱한 느낌을 준다. 이 길을 다녀오면 오래도록 잊지 못하는 여운이 남는다.
완도에서는 소안도 동백이 좋다. 소안도 최고봉 가학산에 서면 보길도, 노화도, 구도가 한 눈에 들어온다. 3월 가학산 오르는 등산로는 온통 낙화한 동백꽃의 아우성이다. 산 아래 미라리 해변에서 싸그락 싸그락 들려오는 몽돌 구르는 소리가 그 슬픔을 선명하게 위로한다.
우리나라의 자생 동백나무는 경북 울릉도, 울산 목도, 전남 광양, 경남 하동, 전남 구례, 충남 서천, 옹진 대청도를 잇는 C 자 형으로 분포한다.
이중 옹진의 백아도 동백은 서해 대청도를 잇는 C자 선의 경계선에 위치한다. 인천시 섬발전 자문위원인 김용구 박사는 백아도 마을 앞산의 동백숲이 아름답다고 추천한다. 덕적군도 서쪽의 굴업도, 울도에서 가까운 백아도는 남봉에서 보는 다도해가 장관이라고 한다.
인천항에서 180㎞ 정도 떨어진 소청도와 대청도에도 동백나무 군락지가 있다. 두 섬의 동백꽃은 매년 4월 중순 전후로 만발한다. 따뜻한 지방에서 자라는 난대식물인 동백나무가 소청도, 대청도 등 북쪽 지역에서 자란 이유는 바로 해류의 영향 때문이다.
문화재청은 동백나무가 자연으로 자랄 수 있는 북쪽 한계 지역으로서의 가치를 인정해 대청도 동백나무 자생지를 지난 1962년 천연기념물(제66호)로 지정·보호하고 있다.
* 이 칼럼은 브릿지경제에도 게재되었습니다.
양진형 대표 news@kisland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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