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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를 넘어 해외까지 소문난 '퍼플섬'...신안 반월·박지도

양진형 기자 | 기사입력 2020/12/30 [18:26]

국내를 넘어 해외까지 소문난 '퍼플섬'...신안 반월·박지도

양진형 기자 | 입력 : 2020/12/30 [18:26]

 

 두리선착장에서 반월도 가는 길(문 브리지)


신안군 안좌도의 형제섬인 박지도와 반월도가 코로나19 시대 언텍트 여행지로 각광받고 있다. 행안부가 걷기 좋은 섬으로 선정한 '퍼플섬'은 지난 8월 이후 100일 만에 10만 명이 다녀가더니, 11월에는 SRT 매거진에 의해 국내 최고의 여행지로 선정되어 '2020 SRT 어워드' 대상을 수상했다.

 

해외에서도 관심이 뜨겁다. 8월에는 홍콩 유명잡지에 소개되더니, 10월엔 독일 최대 위성방송에까지 소개되는 등 아시아를 넘어 해외까지 유명세를 넓혀가고 있다. 코로나 19로 국내 여행객들이 해외를 나가지 못해 대체여행지로 부상한 측면도 있지만, 여행객을 불러들이는 반월·반지도 만의 비결이 있는 것만큼은 분명하다.

 

# 박지도와 반월도에 전해오는 애틋한 중노두 전설

 

 전설의 중노두가 퍼플색 오작교로 태어났다. 반월~박지간 퍼플교

 

박지·반월도에는 중노두에 얽힌 아릿한 전설이 하나 있다. 큰 섬 반월도의 암자에는 젊은 비구니가, 작은 섬 박지도에는 젊은 비구가 성불을 꿈꾸며 매일 예불을 드리고 있었다. 새벽이면 경문을 염송 하는 소리와 목탁 소리가 밀물과 썰물에 따라 방향을 바꿔가며 이쪽저쪽으로 자연스레 울려 퍼졌다.

 

한 번도 마주한 적이 없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두 사람의 예불 소리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 마음속에 조금씩 침전되어 갔다. 산 그림자 뒤의 그리움은 촛불 앞보다 강했다. 상대를 향한 사모는 시간을 따라 더욱 깊어졌지만 밀물 땐 바다였다가 썰물 때 잠깐 드러나는 갯벌을 건널 수는 없었다.

 

선 채로 기다리기엔 너무 길었다. 슬픔도 너무 길었다. 참지 못한 박지도 비구가 먼저, 망태에 돌멩이들을 넣어 반월도 쪽으로 갯벌에 쏟아 붙기 시작했다. 갯벌이 돌멩이들을 삼켜버리면 그 뒤에 또 부었다. 이번에는 반월도 쪽 비구니도 광주리를 돌을 이고 박지도 갯벌을 향해 노둣돌을 놓아갔다. 그러는 동안 하늘에서는 많은 별똥별이 떨어졌다.

 

드디어 노두로 하나가 되던 날 이미 중년이 된 두 사람은 상대를 안고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다. 말이 필요 없는 열락의 눈물이었다. 그러는 사이, 금세 밀물이 들어와 가운데 서 있던 두 사람을 휩쓸고 가버렸다.

 

# 마을의 지붕에서 개집까지 섬 전체가 온통 퍼플(purple)

 

 박지도를 상징하는 조형물


박지도는 섬 생김새가 바가지를 엎어놓은 모양이어서 배기섬, 바기섬이라 하다가 박지도로 부르게 되었다고 한다. 약 1km 건너편의 반월도는 사방 어디에서 보더라도 그 모습이 반달 모양을 하고 있다 하여 그리 부르게 되었다. 뭍인 두리선착장에서 보면 좌측이 박지도, 우측이 반월도인데 예전엔 삼각지점의 물길을 건너는 일을 도선이 대신했으나 요즘엔 퍼플교가 대신하고 있다.

 

 반월도 상징물인 어린 왕자와 사막의 여우

 

퍼플교의 유래도 흥미롭다. 박지도에 사시던 김매금 할머니가 ‘걸어서 섬을 건너는 게 소원’이었는데 이 소망이 받아들여져 처음엔 두리선착장에서 박지도까지, 나중엔 박지도에서 반월도까지 목교(木橋)가 생겨났다. 다리 이름도 변하여 ‘천사의 다리’에서 ‘소망의 다리’로, 이제는 퍼플교로 부르게 됐다. 아제는 반월도와 두리선착장까지도 퍼플교(문 브릿지, Moon Bridge)가 놓아져 걸어서 세 개 섬을 투어할 수 있다.

 

 마을 전체가 온통 퍼플인 박지도와 반월도 


그런데 재밌는 것은 두 섬마을의 지붕도, 밭의 농작물 재배용 비닐도 쓰레기 수거용 컨테이너도, 심지어는 개집도 모두 퍼플이다. 방문객도 퍼플티로 옷을 갈아입으면 3000원인 입장료가 무료다. 두 섬이 퍼플색으로 바뀌는 과정에서 주민들도 처음엔 의아해했으나, 따지고 보면 예전부터 자색 고구마 농사를 많이 지어왔고, 도라지와 야생화인 꿀풀들도 흔해 차츰 낯설지 않게 되었다고 한다.

 

보라색은 가시광선 영역 안에서 우리가 볼 수 있는 색상 중 가장 파장이 짧아 고고함, 세련됨 의 이미지를 준다고 한다. 그래서 예로부터 귀부인과 귀족들의 옷에 자주 사용되었다는 것이다. 심리학적으로 보더라도, 보라색은 부조화된 몸과 마음에 조화를 이루게 하며, 심신이 피로할 때 무의식적으로 찾게 되는 치유의 색이라 한다.

 

어쨌든, 애틋한 중노두의 전설 위에 퍼플(purple)이 가미되자 섬은 금세 보랏빛 동화나라로 바뀌고 말았다.

 

# 누구나 쉽게 갈 수 있는 12km의 트레킹 길

 

 반월도 해안 해안도로. 토촌마을에서 반월~박지간 퍼플교까지 5.7Km에 이른다


현재 반월도와 박지도, 두리선착장을 연결하는 세 개의 다리는 자동차가 다닐 수 없다. 3개의 다리는 약 1.9㎞인데 바다를 낀 두 섬의 산책로까지 포함하면 3㎞가 넘는다. 흔희 두리선착장→퍼플교→박지도→반월도→두리선착장으로 돌아오는 코스가 일반적이다. 하지만 그 반대방향을 택했다.

 

두리선착장 ‘문 브리지(Moon Bridge)’를 통해 반월도 도착 후 토촌마을 지나 해안일주도로를 따른다. 좌측엔 어깨산 (210m)에서 가파르게 흘러내린 산자락이, 우측엔 물때에 따라 갯벌이 드러나는 암태도와 비금도의 크고 작은 섬들을 조망하며 5.7km의 해안 산책로가 이어진다. 걷기가 어려운 분들은 퍼플교 건너 반달 조형물 뒤에 대여소를 이용하면 된다.

 

 제14회 아름다운 숲 전국대회에서 공존상을 받은 반월마을 당숲


반월도에서 볼만한 명소는 인동 장 씨 집성촌인 반월마을에 있는 당숲이다. 제14회 아름다운 숲 전국대회에서 공존상을 받은 이 당숲은 아직도 늠름한 기상을 뽐내며 메숲지게 우거져있다. 이곳에서 예전 꿩을 많이 사냥하였다는 노루섬을 우측에 두고 0.9km 걸으면 박지도로 향하는 퍼플교 입구에 이른다. 퍼플교 중간쯤에서 뒤돌아보니, 해가 반월도 어깨산의 허리춤을 넘어가고 있다.

 

박지도 선착장엔 낮은 돌담과 보랏빛 지붕의 몇몇 집들이 반월도를 향해 앉아있다. 좌측으로는 섬의 상징물인 박을 반으로 갈라놓은 조형물이 보인다. 박지도 해안일주도로는 4㎞에 이르는 천천히 걸어도 2시간이면 족하다. 자전거를 대여해도 좋고, 주민들이 운영하는 전동 셔틀을 이용해도 좋다.

 

# 12월엔 자주색 겨울 국화, 6월엔 보랏빛 라벤더

 

 박지도 해안도로에 피어 있는 진한 자색의 겨울 국화

 

해안 일주도로를 시계 반대 방향으로 진행한다. 선착장에서 300여 m 정도 왔을까, 좌측으로 피어 있는 진한 자주색 겨울국화가 이색적이다. 이어 조금만 더 걸으면 섬의 유일한 숙소이자 식당인 게스트하우스가 나타나고, 박지마을에 도착한다. 2015년 당시 전남도지사(現 민주당 대표)의 직인이 찍힌 ‘가고 싶은 섬’ 인증서가 대자보처럼 붙어있다.

 

박지도는 작지만 풍족한 섬이었다. 바다에 가면 감태가 지천이고 게도 잡고 숭어 등 물고기도 잡고, 논밭도 많아서 한때는 외지 사람들이 사뭇 유입되기도 했다, 현재는 17가구에 17명으로 쭈그러들었지만 60년대만 해도 300명가량이 거주했다고 한다.

 

 라벤더 언덕. 6월에는 보랏빛 라벤더가 한층 그 자태를 뽐낸다


마을 위로는 ‘라벤더 정원’과 ‘바람의 언덕’이 이어진다. 보랏빛 꽃이 없어도 미라가 된 라벤더 더미에서 겨울바람 끝에 이따금 묻어오는 향이 감지된다. 박지도 라벤더는 6월에 한층 그 자태를 뽐내, 일부러 그것을 보기 위해 오는 사람도 있다고 한다.

 

이곳은 삼거리로 산행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한때 송아지까지 제물로 바칠 정도로 성대했다는 박지당과 박지산 정상 부군의 600년이 된 우물을 구경하고, 잘 조성된 숲길로 퍼플교로 내려오면 된다. 반면, 해안도로를 따라 내러 오더라도 우측의 안좌도 바다가 들려주는 교향곡을 들을 수 있어 좋다. 다만, 해안도로엔 그늘이 없어 늦은 봄이나 여름엔 양산을 준비할 필요가 있다.

 

 땅거미가 깔리기 시작할 무렵, 두리선착장에서 바라 본 반월도


이제 어둠이 깔리기 시작한 박지~두리 간 퍼플교에는 보라색 조명이 하나둘 불씩 켜진다. 두리선착장을 지나 주차장으로 향하는데 세모꼴 반월도가 그 앞의 작은 섬 하나를 감싸 안은 모습이 잔잔한 수면에 비친다. 영락없는 한 폭의 수묵화로 몽환 그 자체다.

 

1) 위 치

o 전남 신안군 안좌면

 

2) 트레킹 코스 

o 두리선착장-박지도 -반월도-두리선착장 : 약 3km

o 두리선착장-박지도 해안일주도로-반월도 해안일주도로-두리선착장 : 약 12km

 

3) 추천사이트 : 신안군 홈페이지 : https://tour.shinan.go.kr/home/tour/traffic/traffic_03/page.wscms

                                            신안군 문화관광 : https://tour.shinan.go.kr/home/tour/island_tour/page.wscms

                                            대한민국 구석구석 : https://me2.do/5s3U5i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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