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흰 등대와 철새가 아름다운 '늘 푸른 섬'...군산 어청도

양진형 기자 | 기사입력 2022/08/08 [19:43]

흰 등대와 철새가 아름다운 '늘 푸른 섬'...군산 어청도

양진형 기자 | 입력 : 2022/08/08 [19:43]

어청도 서북쪽에 위치한 어청도등대


국가기념일로 지정된 ‘제3회 섬의 날’ 기념행사가 8월 8∼14일까지 전북 군산시 고군산 일원에서 개최되고 있다. 섬의 날 행사, 참관을 겸해서 전북 최서단에 위치한 어청도(於靑島)로 향한다.

 

어청도행 여객선 승선


아침 8시 군산항을 출항한 배는 서쪽으로 서쪽으로 항해한다. 그러나 군산항은 수평선 너머로 좀체 사라지지 않는다. 중간 기착지 연도를 지나 20여 분쯤 더 항해하자, 여객선 어청카훼리호 중심으로 사방에 수평선이 형성된다.

 

여객선이 중간 기착지 연도를 지나고 있다


망망대해 좌측으로는 열두 개의 섬이 흩어져 있다는 십이동파도가 아스라이 보인다. 1960년대 초기까지는 사람이 살았지만 지금은 무인도다. 이곳에서 검푸른 바다를 1시간가량 더 헤쳐나가자 절해의 고도 어청도가 나타났다.

 

드디어 어청도


■ ‘중국에서 닭울음 소리 들린다’는 전북 최서단의 섬

 

군산에서 72km 떨어진 어청도는 고군산 열도 63개의 섬 중에서 가장 서쪽에 위치해 있다. 중국의 산둥반도에서 300Km 정도밖에 떨어져 있지 않아 새벽 닭울음 소리까지 들릴 정도라고 한다. 면적은 1.71㎢, 해안선 길이 10.8㎞로, 군산시 옥도면사무소에 의하면 7월말 현재 179세대 283명이 살고 있다. ‘물 맑기가 거울과 같다’하여 어청도라 불린다.

 


어청도는 섬 면적의 90% 정도가 100m 내외의 산지로 이루어져, 경작지는 적으나 산림이 울창하고 식수가 비교적 풍부하다. 주민 대부분이 어업에 종사하는 전형적인 어촌으로, 육지와 멀리 떨어져 있다 보니 태풍 등 기상악화 시 배들의 피항지로 유명하다. 어청도항은 섬 남쪽에 알파벳 ‘C'자로 형성된 천혜의 항구다. 수심 20m 정도로 어항으로서 좋은 조건을 갖춰, 1971년 국가 어항으로 지정되었다.

 

전망대쉼터 오르는 길

 

전망대쉼터에서 바라본 마을 전경


민박집주인에 따르면 어청도 방문 여행객은 4월에서 8월말까지 피크를 이룬다고 한다. 여행객들은 어청도를 중간 기착지로 활용하는 철새를 찍으려는 사람들과 바다낚시를 즐기는 사람들, 그리고 섬을 트레킹을 하는 사람 등 세 부류로 나뉜다고 한다. 이들 외에도 어청도 등대 관계자, 군부대원 등 오가는 사람들이 많아 어청도는 늘 활기차게 돌아간다고 귀띔한다.

 


어청도를 둘러보는 가장 좋은 방법은 걷기다. 트레킹은 어청항 신흥상회 뒤로 난 나무데크를 타고 전망대쉼터로 올라가 ’헬기장-봉수대-당산쉼터-팔각정쉼터-어청도등대-팔각정쉼터-공치산-목넘쉼터-안산-샘넘쉼터-해안테크길-농배섬-어청항‘ 코스를 완주하는 게 일반적이다.

 


4개 트레킹 코스를 연결한 것으로 총 8.5km의 거리다. 해발 200m 이내의 산들을 그리 힘들지 않고 오르내리는 난이도 초중급 수준이다. 넉넉잡고 4시간 30분이면 충분하다. 힘에 부치면 1코스 등대길과 2코스 해안산책길만 돌아도 좋다.

 

왜구의 침입에 대비한 봉수대


전망대에서 0.8km 숲이 우거진 둘레길을 오르면 어청도 주봉인 당산(198m) 아래 위치한 봉수대에 도착한다. 이 봉수는 왜구의 침입을 감시하기 위해 고려 의종 3년(1148년) 처음으로 설립된 것으로 추정된다. 왜구 침입 소식은 인근 외연도, 녹도, 원산도를 경유하여 보령시 오천면 충청수영의 망해정에 도달한 것으로 보인다.

 

■ 어청도 여행의 하이라이트, 어청도등대

 

어청도등대 가는 길


어청도 여행의 하이라이트는 어청도등대 관람이다. 등대는 어청도 북서쪽 고도 61m의 해안절벽 위에 위치해 있다. 마을에서 시멘트 임도길로 40여분 정도 지나면 어청도항로표지관리소가 나온다. 군산해양수산청 소속인 관리소 앞에는 돌고래 형상의 조각상이 자리하고 있다.

 

어청도항로표지판관리소


예전 어청도가 포경선들의 정박지였음을 말해준다. 동해에서 주로 살던 고래는 봄이면 새끼를 낳기 위해 어청도 근해로 이동해 왔는데 포경선도 함께 따라와 어청도항에 정박했다고 한다.

 


어청도등대는 일제강점기인 1912년 3월에 건립됐다. 서해의 외딴섬, 어청도에 인천 팔미도등대에 이어 우리나라에서 두 번째로 등대가 들어선 이유는 무엇일까?

 

어청도등대는 오로지 대륙 진출의 야망을 가진 일본의 정략적 목적으로 건설됐다. 일본은 러일전쟁(1904~1905)에서 승리한 후 러시아 조차지였던 중국 요동반도의 다롄을 접수한다. 그 후 오사카와 다롄을 연결하는 정기항로가 개설됐는데 어청도가 중간 기착지로 활용된 것이다. 어청도는 지금도 여전히 군산항과 서해안 남북항로를 통항하는 선박들이 이용하는 중요한 길목이다.

 

어청도등대 맞은편의 구유정

 

어청도등대는 높이 15.7m의 백색 원형 콘크리트 구조물이다. 그림엽서에서 봄 직한 아름다운 모습으로, 해상 37㎞까지 등광(燈光)을 발산한다. 조형미를 살리기 위해 등탑 상부를 전통 한옥의 서까래 형상으로 구성했다고 한다. 구조물은 상부로 갈수록 좁아드는 형태인데 주변의 풍광과 잘 어우러진다.

 

구유정 옆에 있는 영해 직선기점(어청도) 


2008년 해남의 구목포구등대, 신안 가거도(소흑산도) 등대와 함께 근대 한국의 문화유산 제378호로 등록된 문화재이다. 또 2007년에는 해양수산부가 선정한 우리나라 ’아름다운 등대 16경‘에 포함되기도 했다. 특히, 등대 너머로 서해바다를 벌겋게 물들이며 저물어가는 석양이 압권이다.

 

■ 남쪽으로 뻗아가는 한반도 모형의 능선도 절경

 

팔각정쉼터에서 바라본 어청도항


등대에서 팔각정쉼터로 원점 회귀하여 공치산(116m)으로 향한다. 푸른 신록 속에 하얗게 속살을 드러낸 트레일이 정겹게 펼쳐져 있다. 길가에는 보랏빛 맥문동과 샛노란 원추리들이 반갑게 환영한다. 좌측 바다  멀리 외연도를 포함한 외연군도의 섬들이 희미하게 보인다.

 

공치산에서 바라본 한반도 모양의 지형


언덕배기를 치고 올라가 공치산 정상에 이르니, 남쪽으로 용트림하는 어청도의 동남쪽 능선이 한반도의 모형처럼 펼쳐진다. 눈이 시릴 만큼 푸른 바다를 향해 자맥질하는 산줄기는 영락없이 강원도 영월의 한반도 지형을 연상케 한다. 산줄기 양옆으로 펼쳐진 푸른 바다 너머로는 수평선뿐이다. 멋진 어청도항이 다시 한번 눈앞에 펼쳐진다.

 


■ 희귀 철새들의 중간기착지 어청도

 

안산(129m)에서 샘넘쉼터 지나 해안산책길로 들어서니 농배섬이다. 아기자기하게 서 있는 두 섬 농배섬은 희귀조류들의 서식지로 철새를 탐조하는 여행객들에게 이름난 섬이다.

 

철새들의 이동시기인 4~5월과 9~10월에는 후투티, 검은꼬리사막딱새, 노랑지빠귀, 물레새, 팔색조, 할미새사촌, 항둥새, 검은머리촉새, 노랑머리할미새, 긴다리솔새사촌 등 약 110여 종의 철새들이 모니터링된다. 이 시기에는 영국과 독일, 호주 등 해외에서 조류연구가들이 찾아와 장기간 머물기도 한다.

 

농배섬

카메라에 잡힌 새


2006년 5월 23일에는 우리나라 조류도감에는 기록되지 않은 희귀조인 붉은부리찌르레기가 발견되어 촬영에 성공했다고 학계에 보고된 바 있다. 군산철새생태관리과에서 발표한 이 새는 주로 중국 남부와 필리핀, 일본 일부지역에만 서식하는 새이다. 

 

■ 전횡 장군을 모신 '치동묘'와 어청초교 '사랑나무'

 

해안산책로 지나 이제 마을길로 들어선다. 백제시대부터 어청도 어민들의 수호신이었던 전횡 장군의 사당인 치동묘를 찾아서다. 어청도 사람들은 1970년대까지 전횡 장군을 토속신앙의 대상으로 섬겼다. 그러나 마을 가운데에 위치한 치동묘의 마당은 이제 잡풀로 우거져 있다.

 

치동묘


전횡 장군을 모시는 사당은 어청도뿐만 아니라 인근의 외연도에도 있다. 외연도에서는 매년 음력 2월 15일이면 여전히 당제를 지내고 있다. 이 당제는 역사와 문화적 가치를 인정받아 2017년 충청남도 무형문화재 제54호로 지정됐다.

 

일명 '사랑나무'. 두 그루 향나무가 서로 껴안고 있다


치동묘에서 팔각정쉼터 방향으로 100여m 가면 지금은 폐교된 어청초등학교터가 있다. 1925년 개교한 어청초교는 한때 정원이 600여 명에 이르기도 했다 한다. 정문에는 두 그루의 향나무가 마주 보며 서 있다. 얼핏 보기에 연리지처럼 보이는 이 향나무는 두 그루가 서로를 껴안고 있는 모습을 하고 있어 ’사랑나무‘라고도 불린다. 서로 사랑한다면 한평생 이렇게 살아야 한다고 웅변하는 듯하다.

 


1. 위 치

    o 전라북도 군산시 옥도면 어청도리

 

2. 가는 방법

    o 전북 군산여객선터미널

     - 군산→어청도 : 09:00 (평일, 1회)

                           08:00, 13:00 (주말, 2회)

     - 어청도→군산 : 13:00 (평일, 1회)

                           10:20, 15:20 (주말, 2회)

    ☎ 문의 : (063) 471-8772 (대원종합선기)

 


       * 원래 1박 2일로 어청도 여행을 계획하고 민박집을 예약했으나, 다시 시작된 중부지방의 장마로

         다음 날부터 배가 뜨지 않을 것 같다는 선사의 예고를 듣고 당일치기 여행 후 빠져나왔다.

         어청도는 여객선 운항률이 70%로 낮은 편이므로, 여행시 여객선 운항여부 체크가 필수적이다.  

 

3. 섬에서 즐기기 : 트레킹

    o 트레킹 코스 (8.5km/4시간 30분)

     어청도항–헬기장-밀밭금쉼터-당산-어청도등대-팔각정-공치산-목넘이쉼터-안산-샘터쉼터-해안테크         길-어청도항(원점 회귀)

 

4. 추천사이트 : 여객선 예약예매 사이트 : http://island.haewoon.co.kr/

                                          군산시 문화관광 : https://www.gunsan.go.kr/tour/m2077

                                          대한민국 구석구석 : https://me2.do/FpMvJsJ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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