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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 시간 파도와 바람의 걸작, 풍성사구가 있는...신안 우이도

자산어보 정약전의 유배지, 홍어장수 문순득의 고향

양진형 기자 | 기사입력 2023/07/18 [12:29]

오랜 시간 파도와 바람의 걸작, 풍성사구가 있는...신안 우이도

자산어보 정약전의 유배지, 홍어장수 문순득의 고향

양진형 기자 | 입력 : 2023/07/18 [12:29]

우이도 돈목해변에서 바라본 풍성사구


# 도초도를 벗어나자마자, 몽환의 ‘해무 나라’로 돌변

 

여객선이 막 도초도 해역을 벗어나자 김승옥의 무진기행이 떠올랐다. 목포에서 안좌도~비금도를 빠져나갈 때까지 바다와 하늘은 맑고 투명했다. 갈매기 떼도 군무를 추며 선미를 한참이나 따라와, 섬 여행하기에 그지없이 좋은 날씨로만 여겨졌다. 그런 날씨가 마법에라도 걸린 듯, 한 치의 앞을 볼 수 없는 안개의 바다로 돌변했다. 우이도(牛耳島) 바다는 그런 바다였다.

 

우이도의 거친 바다


우이도는 목포에서 65km, 도초도에서 8km 떨어진 지점에 있다. 도초면에 속해서인지 육지에서 그리 멀지 않은 섬처럼 느껴진다. 하지만 먼바다로 나가는 길목에 위치해 예로부터 지리적 요충지에 속했다. 영산강 물줄기를 따라 오르면 목포를 거쳐 나주 영산포에 닿았고, 해상으로는 홍어잡이 명소인 흑산군도를 지나 중국까지 연결되는 관문이었다.

 

우이도 진리마을


그런 곳이라 조선 후기(1676년) 일찌감치 이곳에 흑산진(黑山鎭)이 설치된다. 당시엔 현재의 대흑산도 함께 ‘흑산도’로 통칭되었고, ‘소흑산도’라 부르기도 했다. 지금은 가거도를 소흑산이라 하지만 이는 일제강점기의 산물이다. 지금의 대흑산도가 군도의 중심이지만 당시는 너무 멀어 육지와 가까운 우이도에 수군진이 설치된 것이다.

 

# 진리는 역사문화 유적이 풍부, 돈목은 생태환경이 뛰어나

 

섬의 면적은 10.7㎢, 해안선 길이 21km인 우이도는 바람이 일궈낸 사구(沙丘)와 드넓은 모래 해변, 빼어난 암봉 등 천혜의 아름다움을 간직하고 있다. 1981년 다도해해상국립공원으로 지정돼 풍성사구와 트레킹로 등은 국립공원공단에서 관리하고 있다.

 

돈목마을에서 바라본 우이도 


섬은 크게 진리와 돈목리로 나뉜다. 7월 현재 220명(120세대)의 섬 주민이 거주하고 있는데 역사문화 유적은 진리에 많고, 지리·생태환경은 돈목이 아름답다. 두 지역을 이동하려면 배를 타고 가거나, ‘달뜬 몰랑길’이라는 탐방길을 이용하면 된다.

 

우이도 최고봉인 상산봉. 날씨가 좋은 날에는 우이도 전체는 물론 남쪽으로 진도와 조도군도, 동쪽으로는 비금도와 도초도가 서남쪽으로는 만재도 가거도가 조망된다. 당나라로 유학을 가던 최치원이 이곳에 올라 바둑을 두었다는 전설이 서려있기도 하다


‘달뜬 몰랑길’은 돈목~진리까지 3.5km 남짓(2~3시간) 거리다. 하지만 중간 지점(진리삼거리)에서 최고봉인 상산(361m)을 왕복한 후 띠밭너머해변을 들러 진리마을에 도착하면 약 8km(5시간)에 이른다. 급경사의 산들을 오르내리기 때문에 난이도는 상급자 코스라고 할 수 있다.

 

상산봉 오르는 길에 바라본 우이도. 상수원을 지나면 좌측으로 띠밭너머해변이, 우측으로는 진리마을이 이어진다


그런데 2025년 말이면 트레킹로와 별도로 진리~돈목을 연결하는 1차선(편도, 3.6km) 도로가 완공될 예정이다. 이렇게 되면 자동차로도 쉽게 이동할 수 있게 된다. 마을 길 개설공사는 2020년 초에 착공했지만 중간에 암릉지대가 많아 현재는 공사 중단 상태다. 신안군과 국립공원공단 측은 현재 노선변경을 협의 중인데 늦어도 내년 초부터는 공사가 재개될 것으로 전망했다.

 

# 동양 최대의 모래언덕 우이도의 풍성사구

 

우이도의 핫플레이스는 오랜 시간 동안 바람이 만들어 놓은 풍성사구(風成沙丘)이다. 돈목해변 옆에 있는 이 모래언덕을 주민들은 ‘산태’라 부른다. 사구의 수직 고도는 약 50m, 경사면의 길이는 100m 정도이다. 이 사구는 산릉 사이의 안부(고개)를 통과하는 바람(특히 동계 계절풍)에 의해 형성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2025년 말까지 모래언덕의 보존을 위해 출입을 통제하고 있으며 주변에 목책 탐방로가 설치되어 있다.

 

풍성사구에서 바라본 돈목해변. 장마철 안개로 풍광을 제대로 볼 수 없어 아쉬움이 많았다


우이도에는 잘 발달한 해변이 3곳이 있는데 풍성사구를 가운데 두고 돈목해변과 성촌해변이, 마두산을 사이에 두고 성촌해변과 띠밭너머해변이 형성되어 있다. 이 중 여름휴가철에는 돈목해변만 해수욕장으로 개장된다. 백사장 길이 1.5km, 너비 300여m인 돈목해변은 지형상 바다가 육지 쪽으로 들어와 있는 ‘만(灣)’의 안쪽에 위치한 데다 경사도가 완만해 피서지로 적합한 곳이다. 그리고 해 질 녘의 풍광이 아름다운 곳이다.

 

저녁 무렵 돈목해변의 모습. 날씨 좋은 날에는 석양을 보기 좋은 곳이다

 

# 조선시대의 모습 그대로, 진리 포구와 마리아 열녀비

 

우이도는 조선시대 유배지로도 유명한데 정약전, 최익현, 김약행, 박우현 등이 유배를 왔다. 이들의 흔적과 함께 섬 자체가 다양한 문화유산을 간직하고 있다.

 

조선시대에 축조된 진리 옛 포구 


진리에는 조선시대 전통 포구 시설 가운데 가장 원형이 잘 보존된 작은 포구가 있다. 이 포구는 조선 영조 21년(1745) 중수한 기록이 남아 있는데 섬 주민들이 스스로 힘을 모아 돌을 쌓아 만든 것으로 의의가 있다. 선착장 아랫부분에는 바윗돌을 깔아 바닷물이 통하도록 했고, 윗부분은 양쪽에서 뱃줄로 맬 수 있는 돌(계선주)을 배치했다.

 

현재의 진리항


이 포구는 대흑산도, 만재도 등 먼바다의 섬과 내륙을 연결하는 중간 거점인 우이도 사람들이 지리적 특성을 잘 활용해 예로부터 해상 상업활동(중계무역)을 해왔음을 증명한다. 대흑산도에서 홍어를 사 내륙인 영산포에 내다 팔고, 쌀 등 섬 주민의 생필품을 가져와 다시 대흑산도권 섬 주민들에게 공급하는 상업활동의 기반이 진리 선창이었다.

 

마리아 형상의 열녀각


진리마을 입구에는 또 특이한 모습의 ‘열녀각’이 있다. 이 열녀각은 ‘밀양 박씨 부인’의 열행을 기념하기 위해 ‘상원 김씨’ 문중에서 건립한 것이다. 우리나라 열녀비는 유교적 개념으로 비석 형태가 일반적인데 이 비는 천주교의 상징인 마리아 형상을 하고 있다. 아마도 천주교를 믿었다는 이유로 이곳에 유배되었던 정약전의 영향이 아닌가 싶다.

 

# 자산어보의 저자, 손암 정약전의 서당 터

 

조선 후기 실학자로 다산 정약용의 형인 정약전(1758~1816)은 천주교 탄압 사건인 신유박해(1801)로 흑산도로 유배된다. 그는 우이도와 대흑산도를 오가며 15년간 유배 생활을 했다. 1801년 11월 말 우이도에 도착하여 생활하다가 1806년 대흑산도 사리마을로 이주한 것으로 추정된다. 그리고 1815년 다시 우이도로 돌아와 이곳에서 59세의 나이로 생을 마감한다. 정약전은 덕이 넘쳤던 사람인가 보다. 그가 세상을 떠나자 주민들은 아쉬워하며 정성껏 장례를 치러줬다고 한다.

 

진라마을에 있는 정약전 동상

 

정약전은 우이도 진리에서 돈목마을로 넘어가는 산길 초입에 서당을 짓고, 아이들을 가르쳤는데 주민들은 이곳을 '서당골'이라 부른다.

 

# 홍어장수이자 조선시대 대표적 표류인 문순득의 생가터

 

우이도는 홍어장수이자 조선시대 대표적 표류인 중 한 사람인 문순득의 고향이다. 그는 19세기 초 대흑산도 남쪽에 있는 태사도로 홍어를 사러 나갔다가 돌아오는 길에 풍랑을 만나 일본 오키나와까지 표류하게 된다. 1901년 12월에 출항하여 오키나와, 필리핀, 마카오, 중국을 거쳐 햇수로는 5년, 일수는 3년 2개월 만인 1805년 1월 8일에야 고향에 돌아왔다.

 

홍어장수 문순득의 생가 터


죽은 줄로만 알았던 문순득이 돌아오자 우이도 사람들은 모두가 깜짝 놀란다. 이때 우이도에 유배와 있던 정약전과도 만나게 된다. 정약적은 문순득의 표류기를 듣고 ’표해시말’이라는 표류기를 쓴다. 그러면서 문순득에게 '세상에서 네가 처음이다'라는 의미로 천초(天初)라는 별칭을 붙여주었다. 문순득의 표해시말은 최부의 표해록, 장한철의 표해록과 함께 조선시대 3대 표해록으로 불린다.

 

진리선착장에 있는 문순득 동상

 

문순득은 정약전을 연결고리로 강진에 유배와 있던 정약용과도 교류한다. 정약용의 저서인 ’경세유표‘에는 문순득이 마카오에서 경험한 외국의 동전의 사용법에 관한 내용이 소개되어 있다. 정약용은 이런 사례를 교훈 삼아 조선도 화폐제도를 개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우이도 트레킹 일정표〉

 

 1) 여객선 예약 : 여객선 예약·예매사이트 ‘가보고싶은섬’

     o 갈 때 : 목포연안여객선터미널→우이2구(성촌항)

       - 11:40분 출항/3시간 40분 소요 (문의 : 해광운수 061-283-9915)

     o 올 때 : 우이1구→비금·도초(화도선착장)

       - 14:53 출항/2시간 소요(문의 : 해광해운 061-283-9915)

         비금·도초(화도선착장)→목포연안여객선터미널

       - 17:20 출항(문의 : 동양훼리 061-243-2411, 사전 예약 필요)

 

목포항을 출항한 배가 목포구 등대를 지나고 있다

 

 2) 우이도 트레킹 1일 차

     15:53 우이도 성촌선착장 도착

     16:20 성촌해변 탐방

     17:10 풍성사구 탐방

     17:50 돈목마을 민박집 도착

     19:30 저녁 후 돈목해변 탐방

     20:30 민박집 휴식

 

띠밭너머해변의 모습


 3) 우이도 트레킹 2일 차

     05:30 기상

     06:00 돈목항, 돈목해변 탐방

     07:00 민박집 조식

     07:30 ‘달뜬몰랑길’ 트레킹 시작(8km, 5시간 30분, 난이도 상)

             : 돈목마을~돈목해변~대초리고개~진리 고개~상산봉 왕복~정약전 서당터~띠밭너머해변

               ~진리마을(문순득 생가, 정약전 동상, 열녀비, 진리 옛 선창)~진리선착장

     14:53 진리선착장 출항→도초화도선착장

     16:50 도초화도선착장 도착

     17:20 도초화도선착장 출항

     16:20 목포연안여객선터미널 도착

 


 4) 민박집

     o 다모아민박(돈목 : 061-261-4455) 성촌민박(성촌 : 010-6750-5181)

       별촌민박(성촌 : 061-261-1520) 설희네민박(진리 : 010-2703-4545)

       보리수민박(돈목 : 010-2703-4545) 어울림민박펜션(진리 : 061-262-7056)

 

띠밭너머해변의 순비기나무꽃


 5) 주요 기관 및 여행안내

     o 도초면사무소 우이도 출장소(061-261-1866),

       다도해해상국립공원 우이도 관리인(박화진 010-4618-4455)

 

 6) 추천사이트 : 여객선 예약예매 사이트 : http://island.haewoon.co.kr/

                     신안군 문화관광 : https://tour.shinan.go.kr/home/tour/island_tour/page.wscms

                                  대한민국 구석구석 : https://me2.do/G6ytCYR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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