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여행](111) ‘외지인도 행복 가득’ 오순도순 기대어 사는...여수 평도마을 이장의 고민, “바다가 죽어가고 있어 걱정입니다”
#여수에서 남서쪽으로 62km 떨어진 오지의 섬
평도는 섬 토박이와 외지인, 귀향인들이 화합하여 오순도순 정겹게 사는 섬으로 소문나 있다. 현재 섬 주민 35명 중 10여 명이 외지인이거나 귀향인이다.
전남 여수에서 남서쪽으로 62km 떨어진 평도는 해안선 길이 5.5km, 최고봉은 해발 137m에 이르는 그리 크지 않는 섬이다. 본섬인 대평도와 북쪽에 있는 소평도, 2개의 섬으로 이뤄져 있다. 여수~거문도 항로 중간 기착지인 손죽도에서 남동쪽으로 10km 떨어진 해역에 위치해 있어, 낙도보조 여객선 ‘섬사랑호’를 타고 간다.
평도에 사람이 살기 시작한 것은 300여 년 전으로 노 씨, 허 씨, 정 씨가 처음 들어와 마을을 이루었다고 한다. 해안 주위로는 암석해안이 발달하고, 섬 주변에 비석바위 낮여, 건등여, 작으여 등이 분포한다. 이런 자연환경에서 돌돔, 쏨팽이, 농어 외에도 많은 어족이 서식하고 있다.
#전국에서 내로라하는 낚시인들이 몰리는 '낚시터'로 알려져
그러다 보니, 평도는 인근 광도와 함께 예로부터 전국적인 낚시터로 유명하다. 예로부터 서울 수도권은 물론 경남 부산권에서도 내로라하는 낚시인들이 즐겨 찾았다. 그렇게 낚시하러 왔다가 섬이 마음에 들어, 눌러앉은 사람이 7~8명에 이른다.
그가 평도에 정착할 때까지 가이드가 되어주고, 땅을 물색해 준 사람은 바로 아랫집에 사는 최봉규(72) 씨다. 강릉 출신의 최 씨는 서울에서 대기업에 다녔는데 불면증으로 고생을 많이 했다고 한다. 심할 때는 48시간 잠을 자지 못했다고-. 그는 불면증을 치유할 조용한 섬을 찾다가 인터넷을 통해 평도를 알게 됐다. 평도에 정착해 처음엔 민박집을 하며, 마을의 궂은일을 도맡다시피 했다. 그래서 최 반장이라는 별명을 얻기도 했다. 지금은 섬에서 맥가이버로 통한다.
그렇다면 섬의 토박이와 외지인, 귀향인들이 서로 화합하여 잘 사는 비결은 뭘까? 최봉규 씨가 그 비결을 털어놓는다.
“섬 주민 모두가 서로 존중하고, 작은 음식이나마 서로 나누려는 배려심이라고 생각해요. 특히 그 중심에 평도 토박이 송철희(72) 이장님이 있어요. 그분이 마을을 잘 이끌어 주어 모두 화목하게 지내는 것 같아요.”
#평도 해안가 외딴집 주인과 섬 농사꾼이 다 된 김하영 씨 스토리
뒷날 아침, 평도의 또 다른 속살을 보기 위해 시멘트 임도를 따라 섬 동쪽 해안가로 나갔다. 그곳은 광도의 일출을 보는 장소이기도 하다. 마침, 저 수평선 너머 광도 위로 선홍빛 햇무리가 감싸고 있다. 태평양 멀리 밤새 달려온 태양은 한번 크게 심호흡을 하더니, 찬란하게 얼굴을 내민다. 장관이다.
그는 “이렇게 경치 좋은 곳에 사니 좋겠다”는 말에, “집을 사고 나서 딱 3일 간은 좋았는데 그 뒤부터는 고생이다”며 시원하게 너털웃음을 지어 보였다.
산자락에서 내려와 길가 밭에서 옥수숫대를 베고 있는 김하영(75) 씨를 만났다. 충남 청양 출신인 그는 창원에서 국내 유수의 중공업 회사에 다녔다. 회사 낚시동호회를 따라 평도에 몇 번 왔는데 평도가 살기에 너무 편안해 보였다. 그는 정년퇴직 후 부인과 이 섬에 정착한 지 15년쯤 되었다고 한다. 김 씨는 “올해는 바람(태풍)이 불지 않아 옥수수 농사가 제대로 됐다”며 때 묻지 않은 섬 농부의 싱그러운 웃음을 지었다.
또한 평도 출신이지만 여수에서 살다가 자녀들을 모두 건사시키고, 고향으로 돌아온 여자 선장도 있다. 박수아 씨다. 남편인 길호철(80) 씨는 손죽도 건너 초도가 고향이다. 부부는 날씨와 물때가 보아가며 수시로 평도 바다로 향한다. 박 선장의 말이다.
박 선장은 얼마 전, 평도 앞바다에서 15킬로짜리 농어를 낚았다고 한다. 이걸 고흥 나로도 어시장에 가서 팔았는데 보는 사람마다 “어디서 그런 대물을 잡았느냐”며 몹시 궁금해하더란다.
#평도 이장의 호소...“바다가 죽어가고 있어 걱정입니다”
풍요롭기만 하던 평도 해역에 요즘 비상이 걸렸다. 바다가 백화현상(연안 암반 지역에서 해조류가 사라지고 흰색의 석회 조류가 달라붙어 암반 지역이 흰색으로 변하는 것)이 심해지면서 물고기들이 씨가 마른 것이다. 그 원인을 이상기온으로 보는 시각도 있지만, 송철희 이장의 견해는 다르다.
“저는 낚시인들이 미끼로 쓰는 떡밥(파우더)에 문제가 있다 봅니다. 해저로 가라앉은 끈적한 파우더 성분이 해조류의 광합성 작용을 막는다고 해요. 그래서 백화현상이 발생하는 겁니다. 보시면, 낚시인들의 영향이 미치지 않은 선착장 안에는 해조류가 건강하게 자라고 있습니다.”
그는 학계를 시작으로 지자체, 정부, 국회가 한 자리에 모여 백화현상의 원인을 규명해 보았으면 좋겠다고 제언했다. 원인을 알고 대책을 세워야 바다가 살고, 섬사람도 살고, 후세들도 살아가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그러면서 낚시인들이 갯바위에 수없이 박아 놓은 납덩이도 문제라고 지적한다. 납덩이가 파도에 수없이 휩쓸리면서 바다가 납성분으로 오염되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그 많던 문어와 돌김, 가사리들이 다 어디로 가버렸는지 모르겠다. 이제 마을 사람들의 생계가 걱정이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 이 기사는 오마이뉴스에도 게재되었습니다.
양진형 기자 news@kisland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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