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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여행](100) 돌담의 나라, 한국의 이스터섬...완도 여서도

양진형 기자 | 기사입력 2023/12/19 [10:17]

[섬여행](100) 돌담의 나라, 한국의 이스터섬...완도 여서도

양진형 기자 | 입력 : 2023/12/19 [10:17]

여서도 돌담

 

절해고도(絶海孤島), 완도 사람들도 가보기 어려운 섬

 

완도에서 40km 떨어진 여서도는, 완도의 최남단에 있는 오지의 섬이다. 완도에서 제주까지 거리가 80km이니 딱 그 중간에 위치한다. 1969년 해남군 북평면 남창리와 완도군 군외면 원동리 사이를 잇는 완도대교가 완공되기 전까지 여서도는 더더욱 오지 중의 오지여서, 완도 사람들도 평생 한 번 가보기 어려운 섬이었다.

 

청산도 도청항. 이곳에서 여서도행 섬사랑7호가 아침 8시 30분 출발한다.


지도를 펼쳐서 보면 여서도와 비슷한 위도상에 추자도거문도가 있다. 이들 두 섬사이로는 크고 작은 섬들이 흩어져 있지만 여서도는 덩그렇게 홀로 솟은, 절해고도(絶海孤島)이다.

 

그래서일까? 예로부터 여서도 주변 해역은 파도가 거칠기로 유명하다. 청산도까지는 잔잔한 바다가 청산도 화랑포를 넘어서면 물빛이 달라지고 파도도 거세진다. 갑판 위로 올라가 눈 위에 손차양을 하고 바다 저 멀리 바라보니, 성곽처럼 일어선 파도가 밀려온다. 그 파도 너머로 반쯤 잠긴 여서도가 희미하게 다가온다.

 

여서도를 향해 가는 섬사랑7호

 

여서도는 날씨가 조금만 안 좋아도 여객선의 결항으로, 섬에 묶이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그 섬에 가면 애 배서 나온다”는 우스갯소리가 있을 정도다.

 

조선왕조실록에는 ‘餘鼠島’로 기록, 쥐를 닮은 형상

 

여서도는 완도군 청산면에 속하는 부속 섬이다. 동쪽으로는 거문도, 북으로는 청산도, 서쪽으로는 추자도, 남으로는 제주도가 있다. 섬의 유래와 관련해서 조선왕조실록에는 ‘餘鼠島’로 기록되어 있다고 한다.

 

여서도 서쪽 무인등대에서 바라본 가이똥산(건너편)의 모습.. 마치 쥐가 웅크린 형국을 하고 있다


“섬의 모양이 쥐가 쪼그리고 앉아 있는 듯한 모습과 닮은 데서 유래했다. 여서도가 쥐와 닮았다는 풍수지리적인 영향은 동쪽에 있는 거문도가 고양이 형상이어서 거문도 사람들과 통혼(通婚)을 꺼렸다고 한다. 일제 강점기 물결이 사나운 섬이라 하여 태랑도(太郞島)로 불렸으나, 1945년 해방 이후 여서도(麗瑞島)로 개칭하였다.”(유영인 저, 여서도지, 2016)

 

(사진 위)여호산 정상에서 바라본 여서도항. 멀리 좌측  끝은 청산도. (사진 아래) 여서도 숲길


여서도는 문자 그대로, 천혜의 아름다운 섬이다. 섬의 면적은 2.51㎢, 해안선 길이는 8.2km로 항구는 북쪽을 향해 있다. 섬의 주위로는 쿠로시오 난류가 흘러, 연중 따듯한 기온을 유지한다. 식생대는 후박나무와 동백나무, 산뽕나무, 생달나무 등 상록활엽수가 주를 이룬다. 섬의 중심인 여호산(352m)은 해안까지 뻗어 있어 전체적으로 하나의 산지를 이룬다.

 

방파제에서 바라본 여서도 전경. 여호산 자락이 항구를 감싸고 있다


한때는 1500여명이 살던 섬, 지금은 낚시객들의 천국

 

여호산 기슭의 마을에서는 1960~70년대 250여 가구에 1500여명이 살았다고 한다. 1973년도만 해도 151가구 894명이었는데 어업과 농업을 위해 전북 군산으로, 교육을 위해 완도·광주로, 외항선을 타기 위해 부산으로 이주를 하면서 섬의 인구는 급격하게 줄어들었다고 한다. 청산중앙초교 여서분교의 학생 수도 전성기에는 205명이나 됐는데 2011년 1월 섬에 살던 어린이 1명이 중학교로 전학을 가면서 폐교되고 말았다. 청산면에 따르면 현재 여서도에는 60가구에 98명이 거주하고 있다.

 

1960~70년대 1500여명이 살았다는 여서도는 여호산 8부 능선까지 구들장 논과 밭이 있었다고 한다 

 

좁은 면적에 많은 인구가 거주하다 보니 항상 식량난에 시달릴 수밖에 없었고, 한 줌의 보리와 한 포기의 벼라도 심기 위해 여호산의 8부 능선까지 농토로 개간했다. 구들장 논으로 유명한 청산도처럼 여서도도 구들장 논이 발견된다고 한다. 다행히 여호산 자락에는 물이 많아서 가뭄에도 큰 걱정 없이 안정적인 삶이 가능했다. 또한 소를 방목해서 소득원으로 활용했는데 현재도 70여 마리가 야생 상태로 방목 중이다.

 

사시사철 낚시객들로 붐비는 여서도항의 낚싯배들.


특히 여서도 주변 바다는 벵에돔, 감성돔, 돌돔, 삼치, 문어, 해삼, 전복, 돌미역 등 계절별 어족이 풍부해 어업 또한 주요 생계수단이었다. 교통 여건이 좋아지면서 ‘낚시객들의 천국’이라고 불릴 만큼 전국의 내로라하는 꾼들이 몰려들면서 현재는 낚시와 숙박업이 생계의 주를 이룬다. 민박집주인은 최근 소안도보길도에서 온 낚시객들이 어른 팔뚝보다 큰 삼치를 80kg씩 낚아갔다고 귀띔해 주었다. 낚시객들은 1박 2일, 혹은 2박 3일 머무는데 아예 장기간 체류하는 사람들도 있다고 한다.

 

300여년의 역사, 미로처럼 이어지는 여서도의 돌담

 

공도 정책으로 비어있던 여서도에 사람이 다시 들어와 살기 시작한 것은 임진왜란 후 100년 가까이 지난 1690년대라고 한다. 그러고 보면 여서도의 명물인 돌담은 300여 년 역사의 산물인 것이다.

 


마을의 골목은 미로처럼 이어지는데 국내에서 그 유례를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상태가 좋아 보전 가치가 높다. 여름철 태풍과 한겨울 시린 북풍을 피하고자 되도록 높이 담벼락을 쌓았다. 돌담의 높이는 2~3m는 기본이고 어떤 돌담은 웬만한 성곽보다 높기도 하다. 그래서 고개가 꺾일 때까지 아래서 올려다보게 된다.

 

마을에서 바라본 여서도항


돌담 사이로 난 여서도의 좁은 골목길을 걸으면, 억척스럽게 살아온 섬마을 사람들의 삶의 체취가 고스란히 느껴진다. 자연재해로부터 인간과 작물을 보호하기 위해 쌓은 여서도의 돌담은 밭담, 집담을 비롯해 총연장 2km의 옛 모습이 대부분 현존하고 있다. 돌담 높이가 집의 처마까지 닿을 정도로 높아 ‘한국의 이스터 섬’으로도 불린다.

 

2018년 전라남도 ‘가고 싶은 섬’에 선정, 명품 둘레길 조성

 

여서도는 돌담 외에도 여호산의 요망대와 등대가 명물이다. 통영, 완도, 고흥 등 남해안에 있는 섬들을 탐방하다 보면 왜적의 침입에 시달렸던 흔적(석성, 봉화대 등)들이 많이 남아 있는데 여호산 동쪽의 요망대도 그런 흔적 중의 하나이다.

 

(사진 위) 왜적의 침입을 감시했던 요망대. (사진 아래) 여호산 정상에서 바라본 산줄기

 

또한, 섬 서쪽의 무인등대는 태양광 패널로 에너지를 저장했다가 정해진 시간에 기계적으로 작동되는데 첫 불을 밝힌 지 60년이 지났다. 목포지방해양수산청 소속의 노후 등대로 지정되어, 2021년 원형을 유지한 채 보수·보강공사를 거쳤다.

 

여호산 서쪽의 무인등대

 

전라남도는 이러한 여서도의 문화유산들을 바탕으로, 여서도를 ‘가고 싶은 섬’ 가꾸기 사업대상지로 선정해 2018년부터 탐방로 개설 등을 통해 섬 가꾸기에 나섰다. 그런 결과, 현재 둘레길은 관리가 매우 양호한 상황이다.

 

(사진위) 무인등대 주변 멍때리기 좋은 전망대. (사진 아래) 동백나무 터널


완도항에서 여서도를 가는 섬사랑7호는 오후 2시 50분 하루에 한 번 출발한다. 그러나 이 배를 타고 여서도에 도착하면 시간이 늦어 여호산 트레킹을 하기 어렵다. 다행히 섬사랑7호가 청산도에서 아침 8시 30분에 여서도로 출발한다.

 

완도에서 7시 배를 타고 청산도에 들어가서, 섬사랑7호로 갈아타고 여서도에 오전 9시 40분쯤 도착하면 섬 트레킹은 매우 여유롭다. 붉은 동백이 하나둘씩 망울을 터뜨리는 여호산에 올라, 망망대해를 바라보며 멍때리기의 세계에 빠지면 어느새 석양이 붉게 영글어간다.

 

1. 주 소

    o 전남 완도군 청산면 여서리

 

2. 가는 방법

    o 완도항↔여서도

      - 완도항→여서도(1회) : 14:50

      - 여서도→완도항(1회) : 09:55

        ☎ 문의 : 섬사랑7호(해광운수) 061)555-9088

    o 청산도↔여서도

      - 청산도→여서도 : 08:30 (완도항에서 7시 배를 타고 청산도 8시 도착)

        여서도→청산도 : 07:00 (청산도에서 9시 배를 타고 완도항에 10시 도착)

        ☎ 문의 : 섬사랑7호(해광운수) 061)555-9088

 

섬사랑7호


3. 트레킹 코스 : 5.5km, 3~4시간 소요, 난이도 중

    o  여서도보건소~돌담민박~내연발전소~갈림길(무인등대)~사형제바위~여호산 정상~

        요망대~헬기장~마을샘터~여서도보건소

 

 

4. 식당 및 민박

    o 도아네민박 : 010-9516-2570

    o 돌담민박 : 010-9495-4181

    o 소라민박 : 010-7468-4421

    o 둥지민박 : 010-6295-9889

    o 여서도민박 : 010-9144-0046

       * 민박집에서 식사 가능

 

5. 추천사이트 : 여객선 예약예매 사이트 : https://island.haewoo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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