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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이면 남태평양의 햇빛을 이고 오는 섬...통영 매물도

양진형 기자 | 기사입력 2021/06/13 [14:13]

아침이면 남태평양의 햇빛을 이고 오는 섬...통영 매물도

양진형 기자 | 입력 : 2021/06/13 [14:13]

홍도전망대를 향해 가다가 되돌아본 당금마을과 옛 매물분교터


세상의 모든 아름다움은 고통의 산물이다. 밤하늘에 반짝이는 별 하나하나가 현존하기까지 우주에서 수많은 난관을 견뎌왔던 것처럼-. 한려해상국립공원 남단에 보석처럼 떠 있는 매물도가 아름다운 것은 모진 풍파에 군더더기는 털어내고 정수(精髓)만을 간직했기 때문이다. 또한 질병이 휩쓸고 간 이 섬에 다시 정착해 해안에 선착장을 만들고 벼랑에 잔도를 낸 섬사람들의 피와 땀이 스며있기 때문이다.     

 

매물도에 전해오는 슬픈 이야기     

 

어유도전망대에서 바라본 대항마을. 초창기 이주민들은 대항마을 좌측 완만한 경사지역에 정착했다


1810년경 비어있던 섬, 매물도에 경남 고성으로부터 한 무리의 유민(流民)이 흘러든다. 뭍에서 사는 삶이 너무 신산스러워 거친 섬이라도 개척해 새 삶을 시작해 보려는 사람들이었다. 이들은 매물도 북쪽 해안가의 급경사를 타고 올라, 경사가 덜한 일대에 똬리를 틀었다. 밤낮으로 커다란 나무들을 베어내고 얼키설키 우거진 잡풀들을 걷어내 다랭이 논밭을 만들고 집터를 돋았다. 지금의 대항마을에서 소매물도 방향으로 500여 미터 떨어진 지점이었다.      

 

홍도전망대에서 바라본 당금마을 방면


힘들게 일군 논밭에서 고구마와 메밀, 벼 등을 심어 풍작을 이루려고 애면글면했지만 비옥하지 못한 땅과 강한 해풍으로 흉작이었다. 그렇지만 바닷일에 제법 이골이 붙어 미역을 따내어 말리고, 전복, 멍게, 소라, 석화 등을 채취하면서 작은 행복을 느낄 찰나, 뭍으로부터 어두운 먹구름이 몰려들고 있었다. 1825년, 이 섬을 휩쓴 괴질(콜레라)이 그것이다. 괴질로 인해 이주민 전원이 사망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1869년 고성, 사천 등지에서 2차 유민들이 다시 매물도로 향한다. 이러한 불상사를 모르던 이들은 공교롭게 1차 이주민들이 살던 인근에 정착했다. 이들은 우거진 잡목 속에서 1차 이주민들이 살던 집터와 구들장, 밥그릇, 숟가락 등을 발견했다. 그때 서야 1차 이주민들이 괴질로 모두 사망했음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모두 ‘꼬돌아졌다(고꾸라졌다)’ 하여, 이곳을 ‘꼬들개’라 부르게 되었다.      

 

통영항여객선터미널과 거제도 저구항에서 갈 수 있는 섬     

 

건너편 섬이 소매물도


한산면 매죽리에 속한 대매물도, 소매물도, 등대도(일명 글썽이섬) 3섬을 통틀어 매물도라 하는데 통상 대매물도를 매물도라 하고, 소매물도와 등대도는 합쳐 소매물도라 부른다.      

 

좌측 봉우리가 장군봉

 

이러한 매물도의 면적은 1.41Km로 여의도의 약 0.5배 크기이며, 해안선 길이는 5.5km에 이른다. 섬 중앙에 솟아 있는 최고봉 장군봉(210m) 북사면에 당금마을과 대항마을 등 두 개의 마을이 자리 잡고 있다. 해안은 대부분 암석해안으로 곳곳에 해식애가 발달해 있다.    

 

거제 저구항


매물도는 섬의 생김새가 군마의 형상을 하고 있어 ‘마미도’라 불렀으나 경상도 사람들은 ‘ㅏ’를 ‘ㅐ’로 발음하는 경향이 있어 매물도가 되었다고 한다. 또 다른 설은 땅이 비옥하지 못해 초창기 이주민들이 구황작물인 메밀을 많이 심어서 ‘메밀도’라 불리다가 매물도가 되었다는 것이다. 매물도는 통영항여객선터미널과 거제도 저구항 등 두 군데서 출발하는데 통영에서는 1시간 20분, 저구에서는 30여 분이 소요된다.      

우측이 장사도


거제 저구항에서 일요일 아침 8시 30분에 출발하는 구경1호(정원 245명)의 1·2층 선실과 갑판에는 매물도와 소매물도를 즐기려는 사람들로 복닥거린다. 동호회 혹은 가족 단위의 트레킹족은 물론 백패커, 낚시꾼 등 복장이 다양하다. 배는 뱀의 형상을 하고 있다 하여 이름 붙여진 장사도와 소덕도, 대덕도를 멀리하고 당금선착장 맞은편 어유도를 지난다.      

 

우측 어유도를 지나는 여객선


지금은 무인도지만 어유도엔 한때 다섯 가구가 모여 농사를 지으며 살았고 아이들은 배를 타고 당금마을에 있는 학교를 다녔다. 어유도는 물밑에 물고기들이 많아 붙여진 이름이다. 또한 흑비둘기와 황조롱이 등이 서식하고, 희귀 식물들과 상록활엽수들이 무성하게 자라 통영시는 2000년 이곳을 생태보전지역으로 지정해 보호하고 있다.      

 

당금선착장의 미역


당금선착장에 도착하여 보니 이곳의 주산품이 미역임을 알겠다. 당금구판장 앞마당에는 햇살과 해풍에 건조되고 있는 미역들로 가득하다. 겨울에 주로 생산하는 미역과 달리 매물도 미역은 봄철(음력 3~4월)에 따서 건조 상태로 유통되는데 맛이 일품이다. 미역 외에도 전복과 소라, 성게, 톳, 우뭇가사리 등 해산물 채취가 마을의 주 소득원이다.      

 

남태평양과 마주하며 해안과 장군봉을 따라 걷는 ‘해품길’

 

당금선착장의 '바다를 품은 여인' 조각상


선착장 구석의 쌈지공원에는 ‘바다를 품은 여인’이라는 이름의 조형물이 있다. 2007년 문체부가 주관한  ‘가고 싶은 섬’ 공모사업에 매물도가 선정되면서 섬 곳곳에 설치된 공공미술 작품 중 하나다. 트레킹 길인 ‘해품길’은 이 조각상 옆으로 가파른 마을 길을 따라 한전내연발전소를 향해 올라 매물도 전체를 한 바퀴 돈다. 통영에는 2013년 개통한 ‘바다백리길’이 있는데 여섯 개의 섬 트레일로 구성됐다. 미륵도의 달아길, 한산도 역사길, 연대도 지겟길, 비진도 산호길과 더불어 제5코스가 매물도 해품길이다. 그리고 마지막 코스가 소매물도 등대길이다.     

 

당금마을전망대에서 바라본 매물도 유일의 몽돌해변


한전발전소에서 좌측으로 언덕배기를 오르면 전망대가 나온다. 당금마을과 그 위로 ‘7성급 캠핑장’으로 소문난 한산초등학교 매물분교터가 내려다보인다. 또한 캠핑장 아래 해안선을 따라 매물도 유일의 몽돌해변이 펼쳐져 있다. 

 

옛 매물분교터의 캠핑장. 백패커들에게 '7성급 캠핌장'으로 불린다


매몰분교는 1963년 개교해 43년간 섬 아이들에게 꿈과 희망을 심어준 후 2005년부터 캠핑장으로 활용되고 있다. 이곳에서는 일출과 일몰을 모두 볼 수가 있어 많은 캠핑족이 찾고 있다. 

   

홍도전망대. 날씨가 좋은 날에는 일본 대마도까지 조망된다


전망대에서 매물분교터로 내려와 해안을 따라 조성된 트레일을 따라 오르면 홍도전망대다. 오늘은 해무로 홍도가 보이지는 않는다. 물론 신안군 흑산면의 홍도는 아니다. 홍도에서는 해마다 봄철이 되면 2만여마리 이상의 괭이갈매기가 집단으로 서식한다고 한다. 전망대에서 우측으로 고개를 돌리면 우뚝 선 장군봉의 돌올한 기세가 더욱 서기 있게 느껴지고, 그 아래 가파른 해식애와 만나는 바다의 파도 소리는 세상의 번다함을 말끔히 씻어낸다.      

 

홍도전망대 지나 장군봉으로 향하는 길가의 인동덩굴


전망대 주변은 나무가 없는 초지인데 아무래도 바람이 거칠어 나무들이 자라기 힘든 환경인듯하다. 백두산 천지를 오르다 보면 고산지대에 낮게 엎드려 자란 야생화들을 볼 수 있는데 이곳의 인동덩굴과 돌가시나무(땅찔레)의 모습이 그곳과 흡사하다. 날씨가 좋으면 이곳 전망대에서는 일본 대마도도 보인다고 한다. 

 

매물도에서 두 번째로 높은 193m 봉 아래 전망대에서 바라본 장군봉 


홍도전망대에서 조금 더 올라, 매물도에서 두 번째로 높은 193m 봉 기슭 동백숲을 따라 내리막 계단을 내려서면 장군봉과 대항마을로 나뉘는 안부 삼거리다. 힘이 부치는 사람들은 이곳에서 대항마을로 내려가면 된다. 

 

장군봉 기슭 등 일제강점기 조성된 동굴 속 포진지 6개소, 아직 그대로     

 

어유도전망대에서 바라본 어유도(가운데)와 통영 바다의 섬들


안부 삼거리에서 장군봉까지는 계속되는 오르막이다. 그 수고를 위로나 하려는 듯 오르막 중간쯤에 우측으로 어유도전망대가 있다. 당금마을 선착장과 어유도는 물론 비진도, 용초도, 바위만으로 이뤄진 삼여도와 임신한 여성이 누워있는 듯한 소지도까지 통영 한산도 앞바다의 섬들이 한눈에 들어온다. 연화도나 욕지도에서 본 풍광과는 또 다른 진경(珍景)이다.     

 

장군봉 정상의 조각상


장군봉 정상에는 통신사 기지국이 있고 그 아래에 쉼터가 조성되어 있다. 장군봉 일대를 포함해 매물도에는 일제강점기 시대 조성된 해상 관측소와 포진지 6개소가 있었다. 동굴 속 포진지는 아직 그 잔재가 남아 있는데 거제도나 한산도에서 강제 동원된 사람들이 조성한 것이라고 한다. 해상 관측소는 한국전쟁 이후 해군이 해상 방어용 레이더 기지를 조성, 운영하다가 1995년 폐쇄하여 방치된 것을 2007년 말 철거하고 현재의 쉼터를 조성했다.     

 

장군봉 정상에서 본 소매물도와 등대섬


장군봉은 장군이 말을 타고 있는 형상이라 하여 이름 붙여졌다. 정상 표지석 옆에는 ‘비상’(작가 조영철)이라는 제목의 장군과 말을 형상화한 조형물이 있다. 장군봉전망대에서는 소매물도가 훤히 내려다보이는데 통영 바다가 평소 아끼는 보물인지 오늘은 안개로 보여주었다 감추었다를 반복한다. 장군봉에서 비교적 완만한 경사면을 따라 내려올수록 소매물도와 등대섬은 더욱 선명한 모습을 드러낸다. 서북쪽 끝 등대섬전망대에서는 소매물도가 손에 잡힐 듯 지척이다.      

 

매물도의 서쪽 끝 등대섬전망대 가는 길


등대섬전망대에서 대항마을에 이르는 길은 대체로 평탄하다. 동백숲 터널을 지나 상록활엽수로 된 소로를 지나는데 길바닥이 잉크 빛으로 점점이 물들어 있다. 고개를 돌려 위를 쳐다보니, 아뿔싸 뽕나무 열매인 오디다. 가지를 조심스레 늘어뜨려 잎사귀 사이사이에 박혀 있는 검붉은 빛깔의 농익은 오디를 따서 한 움큼 입안에 넣어본다. 오 달콤하고 깊은 맛, 어릴 적 고향에서 손바닥이 벌겋게 물들도록 훑어 먹었던 그 오디 맛이다.     

 

유년에 맛보던 그 달콤한 오디 맛과의 조우      

 

꼬돌개 푯말


그러나 달콤함은 잠시 후 알 수 없는 아릿함으로 변한다. 그곳이 ‘꼬돌개’ 임을 알리는 작은 푯말을 발견했기 때문이다. 푯말에는 초기 정착민들이 오랜 흉년으로 모두 '꼬돌아졌다'고 쓰여 있다. 농토가 육지 사람들보다 턱없이 부족했던 섬사람들은 가난에서 벗어나기 위해 돈이 될만한 것이라면 무엇이든 하곤 했다. 누에를 길러 실을 빼내는 양잠업도 그중 하나였다. 누에의 먹이인 뽕잎을 키우기 위해 뽕나무를 밭이나 야산을 개간해 심곤 했는데 이맘때면 오디가 검붉게 익어 배고픈 섬 아이들의 훌륭한 간식거리가 되곤 했다.     

 

대항마을로 가는 길


꼬돌개를 지나니 폐가로 변한 대항마을의 옛집들이 모습을 드러낸다. 대항마을은 당금마을 보다 먼저 조성됐다고 하는데 그래선지 더 시골스러움이 느껴진다. 원래 학교도 이곳에 있다가 당금마을이 크게 발전하면서 그곳으로 이전했다.

 

대항마을에서 당금마을로 향하는 길


그 후 대항마을 아이들은 당금마을까지 이어진 1km 남짓한 소로를 따라서 등교했다고 한다. 지금은 매물도를 떠나, 도시 어딘가에 살고 있을 그들에게 고향의 추억은 비록 가난했지만 늘 아름다운 곳으로 기억될 것만 같다.           

 

 

1) 위 치

    o 경남 통영시 한산면 매죽리 

 

2) 가는 방법 : 예매-가보고 싶은 섬(홈페이지, 앱) 

    o 통영항여객선터미널 : 경상남도 통영시 통영해안로 234 (주차료 5,000원)

      〈통영항 → 매물도〉

      - 06:50, 10:50, 14:30 하루 3회 운항

    

거제 저구항여객터미널


o 거제 저구항 : 경남 거제시 남부면 저구해안길 60 (주차료 무료)

      〈저구항 → 매물도>

      - 08:30, 11:00, 13:30, 15:30 하루 4회 운항

     * 저구항에서 출발하는 배편은 저구항→당금(대매물도)→대항(대매물도)→소매물도→저구항 순으로

       운영됨. 다만, 15:30분 마지막 배는 이의 역순(저구항→소매물도→대항→당금→저구항)으로 운영되         기 때문에 매물도와 소매물도를 1박 2일, 혹은 당일 일정으로 소화할 경우 이러한 배편을 잘 활용           하면 됨. 

        

여객선 운항 시간표/요금표


     o 배편 문의     

      - 통영항 여객선터미널 ☎1666-0960

      - 한림해운(한솔1·2호) ☎055-645-3717/644-8092

      - 매물도해운(구경1·3호) ☎055-633-0051

      - 한산면사무소 ☎055-650-3600

 

3) 섬에서 즐기기 (트레킹, 백패킹)

    o 트레킹 : 약 7km (3시간 30분)

     - (매물도 해품길)당금선착장→한전발전소→전망대→매물분교터→동백터널→홍도전망대→대항마을          삼거리→어유도전망대→장군봉→등대전망대→꼬들개→대항마을(선착장)→당금마을선착장.

      * 대항마을에서 소매물도행 배를 타기 위해 트레킹을 멈출 경우는 5.2km임. 

    

매물도 해품길/출처=느티나무의 세상사는 이야기


     o 백패킹 

      -한산초교 매물분교 터 : 넓은 운동장을 백패커들이 많이 찾음(이용료 하루 1인 1만 원)

      -20동의 소형텐트가 들어갈 수 있으며, 선착순으로 운영(예약은 받지 않음)

 

4) 편의 시설 (민박, 식당 등) : 사전 예약

    o 어부밥상 ☎010-2066-9853

    o 은아식당 ☎010-9965-7466

    o 당금구판장(당금선착장 앞) : 라면, 식수 등 간단한 생필품 구매 가능

    o 통영시 관광과 관광안내소 ☎ 055-650-0580, 2570    

 

5) 추천사이트 : 여객선 예약예매 사이트 : https://island.haewoon.co.kr/

                                           통영시 문화관광 : https://www.badaland.com/badaland.web

                                           대한민국 구석구석 : https://me2.do/xcJXrEv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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