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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국내 섬 여행이 어려운 까닭

양진형 대표 | 기사입력 2023/09/14 [14:36]

[칼럼] 국내 섬 여행이 어려운 까닭

양진형 대표 | 입력 : 2023/09/14 [14:36]

바야흐로 섬 여행하기 좋은 계절이 돌아왔다. 흔히 국내 섬 여행을 ‘여권 없는 해외여행’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어떻게 보면 해외여행보다 더 어려운 게 국내 섬 여행이다.

 

우선, 접근성이 만만치 않다. 섬 여행은 기상 상황이 가장 핵심적인 요소로 작용한다. 여객선은 해운법, 해사안전법 등에 따라 풍속과 파고가 일정 정도를 초과하거나 해무가 시야 1km에 달하면 운항이 중단된다. 현재 섬 지자체는 이중 해무 시야를 500m로 완화해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두 번째는 여객선의 요금이 지나치게 비싸다. 현재 국내 유인도 464개 가운데 육지와 교량으로 연결된 섬을 제외 한 366개 섬은 여객선이나 도선을 이용한다. 그런데 교통수단별 운임 단가는 연안여객선이 km당 306원으로 가장 비싸며 비행기는 209원, KTX 164원, 버스나 전철 125원 순으로 조사됐다. 또한 여객선 운항 여건상 육지와 일일생활권이 불가능한 섬들이 상당하다.

 

그 다음은 섬 둘레길의 허술한 관리다. 2007년 1월 제주 올레길 1코스 개장 이후 국내에 ‘올레 신드롬’을 일으키며 걷기 여행 열풍을 불러왔다. 이후 섬 지자체들도 경쟁적으로 나서서 ‘섬길’들을 조성했다. 예전 섬사람들이 소를 몰고 다니거나 나무를 하러 다니던 길들을 개·보수하고 연계시킨 것이다.

 

그 후 정부와 지자체들은 섬 관광 활성화를 위해 봄·여름·가을·겨울에 가기 좋은 섬 등 계절에 따라 홍보하고 있다. 한국섬진흥원도 ‘이달의 섬’ 소개 등으로 매월 섬을 홍보하며 섬 여행을 장려한다. 이러한 노력에 힘입어 자연환경이 빼어난 섬들은 지역경제를 살리는 관광명소로, 나아가 국민의 힐링 장소로 자리 잡기도 했다.

 

그런데 명품 섬으로 홍보된 섬들도 막상 가 보면 이정표나 거리표시가 잘못된 곳들이 많다. 심지어는 위치 표기가 시에서 만든 지도와 면 단위에서 제작한 지도가 다른 경우도 있어, 여행객들을 헛갈리게 한다. 관광객의 관점에서 섬 안내판이라도 제대로 세워놔야 하는데 그렇지 않은 곳이 많은 것이다.

 

둘레길 관리도 문제다. 제때에 전지작업이 돼 있지 않아 어깨를 넘는 잡풀지대를 한참이나 헤치고 나가야 하는 곳들이 허다하다. 국립공원공단에서 관리하는 둘레길도 예외가 아니다. 행여 뱀이 나오지 않을까 하는 염려에 섬 여행의 만족감은 반감되고 만다. 관할 지자체 담당자에게 전화하면 부임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실태를 잘 몰랐다느니, 예산이 없다느니 변명뿐이다.

 

행안부-해수부가 공동으로 2023년 올해의 섬으로 선정한 신안 가거도는 섬등반도(국가명승)로 가는 데크가 망가져 있지만 3년째 보수되지 않고 있다. 신안군은 여러 차례 보수계획을 올렸지만, 문화재청은 종합관리계획을 세운다며 미루고 있어서다. 정부와 지자체에서 홍보하고 있는 섬들이 이 정도인데 그렇지 않은 섬들은 오죽하겠는가.

 

마지막으로 섬에서의 식사도 문제다. 섬 식당의 정보도 쉽게 알기 어렵고, 섬 주민들이 고령화되면서 기존 운영하는 민박집을 그만두는 경우가 많아 육지에서 미리 준비해 가지 않으면 밥을 못 먹고 나오는 경우가 허다하다. 진정한 국내 섬 여행의 활성화를 위해서 정부와 지자체는 섬별로 문제는 없는지, 세세하게 모니터링해 보고 개선하는 종합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 상기 내용은 9. 14일자 '브릿지경제' 신문에도 게재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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